내 이름은 타이크 창비아동문고 237
진 켐프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오승민 그림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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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크에게.

안녕? 타이크.
어젯밤에 너의 용감무쌍한 이야기를 읽고 무지 즐거웠단다.

특히 졸업식때까지 시커먼 분노가 소용돌이치는 네 마음이 그래서 의기양양하게 온 힘을 다해 종을 치는 네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구나.

나는 누구냐 하면, 너랑 똑같은 아이들과 매일 매일 살아야 하는 쏘머즈선생님이 되었다가 윌리엄 머천트선생님도 되었다가 대장선생님이 되기도 하는 그래 벌써 눈치를 챘군, 난 3월 1일부터 3학년 2반 담임을 맡게 될 최은경이라고 해.

책 속에 나온 너랑 네 친구들은 초등학교 졸업반이더라. 우리 나라로 치면 6학년인 셈이지.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6학년 아이들 정말 무서워.

내가 담임한 아이들말고 길 가다가 시커멓게 모여있는 6학년 아이들보면 웬지 피하고 싶다니까.

글고 우리 학교에서도 6학년 담임은 거의 피하는 쪽이 많단다. 하지만 6학년 담임을 해 보면 아이들과 같이 어깨동무도 하고 고민도 같이 나누고 또 마음맞는 아이들과 세상사를 나눌 수도 있단다.

 

타이크.

대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뭐 너의 행동을 보면 대니는 대니지 별 다른 애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부러운 건 그런 대니를 위해 너의 별스러운 관심과 끝까지 친구이길 포기하지 않는 열정에 감탄했단다.


교실에서 일어난 일 중에 교사인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인데 그 일을 위해 나서는 아이도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니까. 그래서 서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나 봐.

내가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말이야. 88면부터 이어지는 수업이야긴데 네가 그럭저럭 학교가 재미있다고 했던 말 기억나니?


철사 줄처럼 뻣뻣한 곱슬머리인 우리 선생님은 활활 타는 눈빛으로 이야기를 했다. 역사 이야기를 할 때 우리 선생님처럼 근사한 사람도 없다. 마틴 니쇼는 우리가 직접 만든 칼들과 헬멧이 담긴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

맨 앞에는 선생님, 맨 뒤에는 교생 선생님을 두고 우리 반은 둘씩 짝지어 걸어가면서 그 가방도 가져갔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우리 도시와 도시의 역사를 보여 주었다.(88면)

 

선생님과 함께 하는 이런 수업, 그럭저럭 재미난 수업이라고 하지만 네가 이렇게 이야길 하는 걸 보면 아마 다른 아이들(공부에 관심있는 아이들)은 정말 좋아했을 거라고 봐.

나도 이런 수업을 한 적이 있어. 학교를 떠나 우리 동네와 뒷산까지 가면서 동네 하천의 오염도를 조사하고 직접 사진을 찍고 수질 오염에 관한 상태를 알아보고 돌아오는 길에 그 마을 할아버지께 오봉산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지. 또 부모님이 주시는 달콤한 홍시도 나누어먹고 말이야.


나도 너네 선생님처럼 근사한 사람이 되고 싶어. 가끔 그런 수업을 하고나면 정말 행복하지.

그런데 타이크, 너의 비밀이 뭔지 마지막에 알게 됐단다.
나도 그 한 마디에 깜작 놀랐어.
너랑 대니, 칼 싸움 할 때 니쇼랑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거든. 그런데 가끔 네 엄마가 너에게 심부름 시킬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타이크, 이제 어때? 중학생이 되어서도 잘 지내니?
사실 나에게도 6학년이 되는 딸이 있는데 무지 무지 상상력이 풍부하고 좀 잘난체 해서 골치가 아프지만 착한 아이란다. 그런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어떨까? 얼마나 힘들까? 가끔 걱정이 되기도 해.

하지만 타이크 너처럼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해. 대니의 말을 알아듣고 대니 편에 서서 속이 울렁거릴만큼 힘들지만 교장선생님 앞에서 "거짓말이 아니라고, 대니는 훔치지 않았다."고 끝까지 말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아이처럼 자랐으면 좋겠어.


마지막 윌리엄 머천트선생님의 후기도 재미있더라.
네가 그랬다며 중간중간 농담들은 네가 끼워 넣자고 해서 넣었다고 도 농담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우겼다며, 글고 너 아직도 그 길가에 떨어진 바위를 타고 올라갈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나는 책을 덮으며 계속 웃었단다.
대니랑 선생님이랑 너랑 셋이서 웃는 모습이 참 보기좋았거든.


타이크, 너를 알게 되서 참 기뻐.
나중에 우리 반 아이들한테 네 이야기 읽어줄거야. 그럼 더 많은 타이크들이 나타나겠지.

윽~ 그럼 안 되는데.... 우리 반 상상만해도 난리 법썩일거야.

타이크 빨리 나아라. 그럼 이만 줄인다.

 
2008. 02. 26.

은경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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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스퐁나무 보름달문고 25
하은경 지음, 이형진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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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nara967/45724445



안녕, 스퐁나무

(하은경 글/이형진 그림/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수상작)

 

가족은 아이들의 삶을 일차적으로 규정한다. 가족이나 형제 자매는 운명과도 같은 존재이다.
선택할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는 존재가 가족이었다. 그런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삶도 어른들의 삶이 변화하는만큼 출렁이고 흔들린다.

그동안 부모의 이혼으로 절망하고 아파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위무하고 그들의 마음을 다독거린 동화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최나미의 <엄마의 마흔번째 생일> 이후로 동화에서는 가족이란 제도가 결코 운명이 아닌 삶의 한 모습이란 걸 이야기하고 있다.

이재복선생님 말처럼 어린이문학에서도 서서히 금기가 사라지고 있고 경계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안녕, 스퐁나무에서도 부모의 별거로 아빠의 입장과 엄마의 입장 그리고 자신의 삶을 다시 보게 되는 5학년 남자아이 현이가 나온다.

현이는 생각보다 조숙하다.
엄마 대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아빠를 만나 이렇게 말한다.

"그깟 게 도대체 뭐가 어렵다는 거야? 아빠는 어른이면서!"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나는 정말이지 무지무지 화가 나 있었다. 아빠가 또 나감한 표정을 지었다.
"삶의 감정이란 게 머리와 같이 움직여 주면 좋을 텐데. 가끔씩 따로 놀려고 할 때가 있거든. 잘못하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자꾸 그렇게 돼 버려."
"그럼 아빠 머리와 마음이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단 말이야?"
"이를테면 그런 셈이지."
"정말 말도 안 돼."(54면)


현이는 아빠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소리지르고 아파한다.
하지만 캄보디아 여행에서 만난 신이누나의 감정을 읽어내고 소통한다.

근데 아줌마는 딸에 대해서 그렇게 모르나! 나는 누나가 왜 그러는지 금방 알 것 같은데, 물어 보나마나 좋아하는 남자 친구 때문일 거다.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니까 막 화가 나 있는 거겠지. 누나는 자존심이 엄청 세서 따지지도 못하는 성격이다. 바보처럼 끙끙대다가 남자를 빼앗기고 말지. 여자를 좀 사귀어 봐서 아는데, 그 정도는 나도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어른들은 자기들 생각대로만 판단한다. 왜 만날 사춘기 때문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나 같아도 고민을 털어놓을 수가 없을 거 같은데(96면)

이런 아들이라면 아빠나 엄마는 싸우기 전에 조근조근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현이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당황하거나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현이와 아빠는 여행을 통해 남자 대 남자로 가슴에 담은 이야기를 하며 친해지고 포도씨 던지기를 하며 맘 속에 있던 울분을 날려버린다.

현이를 지금 우리의 아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이가 마치 조숙한 여자아이처럼 느껴진건 뭘까?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 아빠의 전화를 받지 않을만큼 참을성이 있는 아이. 도시 중산층에서 잘 관리된 아이의 모습이 느껴진다. 그리고 여행에서 만났던 신이도 지금의 중학생 여자아이들이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쿨하다. 서로 할퀴고 살아가는 부모들을 보며 자기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고 결혼도 하지 않겠다는 당찬 이야기를 한다. 그 나이 때 나는 하고 뒤돌아보니 '참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현실성이란 예술적인 의장 속에 존재하는 허구화된 현실이 실제의 현실과 맺고 있는 긴밀함의 정도를 지칭한다. 그리고 이 긴밀한 정합성은 존재하는 현실과 존재해야 하는 현실의 날카로운 변증 속에서 획득되며, 이렇게 고양된 현실성이야말로 어린이문학의 그릇된 현향을 교정하는 내적 계기로 작동할 것이다.

결국 인물과 서사의 현실성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낭만적이고 계몽적인 계기들을 불식할 수 있는 유일한 내적 준거가 되는 것이다.<어린이문학의 재발견/김상욱/132면>

 
현실주의 동화들이 가져야 하는 인물과 서사의 현실성을 다시 생각해 본다.

아이들은 대단히 조숙하고 쿨하게 그려진다. 이들에 비해 어른들은 다 제자리 걸음이다.
대책없이 낭만주의자인 아빠와 종합병원 간호사로 집안의 가장 몫을 하며 바쁘게 살아가던 엄마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고 그 끝에서 화해나 이해 혹은 대화보다는 자기 연민과 눈물과 아픔 속에 지내고 있다.

오히려 아빠와 엄마보다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더 현실적이고 시원하다.

"오로지 네 생각만 해라. 현이 저 녀석은 다 컸고, 아범이야 어디 가서 굶던지 말든지 알 게 뭐니. 오직 네 생각만 해. 그러면 현명해질 거야."(68면)

그 뒤에 이어지는 할머니의 이야기는 엄마에게 동병상련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혼란스러움은 그대로 남는다.

이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은 너야, 누구보다 너를 생각해. 그것이 가장 현명한 길이야.

참 소중한 말이다. 그러나 나이 든 사람이 주는 경전 혹은 경험담이라 하기에는 뒷이야기가 너무 일상적이고 교훈적이다.

 
이 동화의 또 다른 재미는 여행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을 향해 돌진하는 속도감이다.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힌다.

청소년 문학이나 일반 문학에서도 여행기는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볼때 어린이문학도 예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괴롭히면서도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 그게 바로 이 곳 사원과 나무의 관계랍니다. 이 나무롸 사원은 몇 백년 동안이나 이렇게 얽힌 채 버티고 있었다지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참 닮지 않았나요? 아니, 우리 삶이 자연을 닮았다고 해야 할까요?

가이드 아저씨 말이 내 가슴 속에서 둥둥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아빠를 찾아보았다. 빙 둘러선 사람들 틈에서 키가 껑충한 아빠 얼굴이 보였다.

어! 근데 아빠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또 울려고 하는 거다. 천 년 된 사원과 나무 이야기가 아빠 마음을 울린 걸까? 아빠는 분명히 엄마 생각을 하는 거다.(136면)

여행 중에 가장 크게 성장한 것은 현이다. 자유로운 영혼이야기까지 하는 걸 보면.

하지만 북소리처럼 둥둥 울리는 그 말만이 진실 혹은 현실이라고 말해 줘야 할까?
그게 아니라 서롤 인정하고 받아주는 관계 혹은 더 나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사랑의 관계를 모색할 순 없을까?

아무튼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듣고 있자니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뭔가 모자란 부분, 자유로울 수 있는 영혼에 대한 탐구를 더 진지하게 이끌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이와 아빠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별을 본다.

오랫동안 별들을 바라보며 다시 꿈을 되찾는다. 추락! 죽음! 그런 공포조차도 이제 더 이상 내 꿈을 잃게 만들지는 못할 거다. 누가 뭐래도 나는 비행기를 모는 운전사가 될 거니까.(179면)

현이와 아빠는 나름대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감정을 추스리며 잃었던 꿈을 되찾는다.
그리고 엄마는 어떻게 되었을까?
작가는 그 이후 상황은 아이들 몫으로 남겨두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열 두살 열 세살 아이들은 어른들의 알 수 없는 세계를 보며 징징거리고 울고 불고 떼쓰는 어른들을 보며 흔들리는 발걸음을 어떻게 옮길까?
나는 지금 행복한가? 라고 되물어볼까?

아이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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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계세요 힘찬문고 43
남찬숙 지음, 황보순희 그림 / 우리교육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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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계세요./ 남찬숙 장편 동화/황보순희 그림/우리교육
 

제목 "안녕히 계세요?"를 보고 뭘 상상할 수 있을까?
아이가 어른에게 하는 인사일까? 그렇기도 하젰다. 표지 그림에 고학년 남자아이가 수줍지만 볼을 붉히며 누군가에게 손을 흔들고 있으니.
"안녕"이라는 말을 할 때는 헤어짐 혹은 성장 다음 세계로 한 단계 올라설 때를 짐작할 수 있다.

 
책을 읽고나니 지금 여기를 사는 아이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가족>을 주제로 한 동화였다. 예전부터 있어왔던 가족이 아니라 또 다른 가족의 구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주는 동화이다. 

미혼모인 채로 진영이를 낳아 기른 엄마.
그 사실을 알게 된 진영이가 집을 나가 헤맬 때, 옥탑방 아저씨(연극 배우)가 손을 잡아주고 다시 집으로 오게 한다.
엄마를 이해하며 진영이는 첫 사랑도 하고 사랑의 의미에 대해 큰 경험을 하게 된다.
 

"엄마랑 놀러갈래? 혜인랑 갈래?"
묻는 아저씨의 말에 진영이는 자기 감정이 예전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런 아저씨가 곁에 있다는 건 행운이다..

사춘기를 보내며 우리는 많은 것에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동화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면 우리 주위에 있는 많은 아이들이 진영이처럼 가족의 문제로 고통받고 혼란스러워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작가는 그런 아이들에게 따뜻한 이해와 남들이 뭐라하든 자기 길을 가라는 이야기를 한다.
윽박지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 보이며 고통을 나누길 바란다.

진영이가 좋아하는 혜인이를 위해 엄마의 하나 밖에 없는 목걸이를 훔쳐 주는 사건은을 읽으며
'우리 아들도 저렇게 될까?'
혼자서 상상해 보고 미리 맘을 비워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동화 결말 부분에 엄마를 좋아하는 아저씨의 등장은 너무 작위적이다.
오히려 옥탑방 아저씨랑 맺어지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다.

엄마와 장애를 가진 아저씨와 마음이 오가고 서로 사랑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 거의 묘사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옥탑방 아저씨가 하는 연극관람이나 김치를 나눠먹는 이웃의 따뜻한 정이 더 정겹게 그려진 탓일까?

진영이는 직접 찾아와서 엄마와의 관계를 이야기 해 준 아저씨를 가족으로 받아드린다.

"나 때문에 너랑 네 엄마 사이가 나빠지는 건 나도 원치 않는다. 네 엄마가 마음이 아픈 것도 싷고. 우리가 어른이니 맘대로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가 만약 끝까지 네가 날 싫어한다면. 네 엄마는 나랑 같이 산다고 해도 행복하지 않을 거야. 그런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다."

아저시의 말을 들어 보니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느껴졌다.
'가장 중요한 건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야. 그런 사람이라면 너한테도 좋은 아빠가 돌 수 있을 거야.'
옥탑방 아저씨 말이 떠올랐다.(173면)


진영이가 처음부터 없었던 아빠이기에 엄마를 사랑한다는 아저씨의 진심을 잘 받아들 일 수 있었을까? 엄마와 둘만 살다가 다른 가족을 받아들이는 진영이가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찬숙의 동화는 참 따뜻하고 잘 읽힌다. 잔잔한 메세지도 정겹다. 하지만 좀 더 세밀하고 정교한가족에 대한 묘사와 탐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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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연애시대 창비청소년문학 3
벌리 도허티 지음, 선우미정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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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청소년문학 3 할머니의 연애시대/ 벌리 도허티 장편소설/선우미정 옮김를 읽었다.

 


나에게 할머니란 존재는 누구보다 특별하다.
연년생으로 남동생이 태어나 나는 할머니의 무젖을 먹고 자랐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같이 다니고 할머니의 습성을 배우고 할머니 친구분들과 놀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낯선 시골에서 처음 교사생활을 했을 때도 나는 할머니와 함께 시골집에서 생활했다.
할머니는 일이 몸에 벤 분이셨다.
작은 텃밭에는 고추며 방울 토마토, 상추가 난들난들 자라게 했고
일찍 불이 커지는 시골밤에 기나 긴 이야기로 나의 친구가 되었다.

 
가끔 아이들이 숙제를 하러와서 놀다보면 고구마며 감자를 쪄 주셨고
손녀가 선생이란 걸 아주 자랑스러워 했다.

나는 할머니에게 글자를 가르쳐드리고 우리는 찬송과 성경을 함께 읽고 불렀다.
할머니의 이름은 장몽술이었다.
처음 할머니의 이름을 쓰고 나서 할머니는 자신을 무척 자랑스러워 하셨고, 성경을 한 자 한 자 읽고 찬송가도 낱자로 읽으며 부를 때 환한 얼굴로 행복해 했다.

나는 할머니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 중에 작은 할머니 이야기는 참 가슴이 아팠다.
우리 할아버지는 곡물장사를 크게 한 대상이었다.
당연히 집을 떠나 전국을 돌아다녔고 할머니는 일꾼들 수발을 하며 집을 지켰다.

할머니는 아들 넷을 마마로 떠나보내고 아버지 하나를 금이야 옥이야 길렀다고 했다.
아버지가 자라던 어느 해 할아버지는 아주 약하고 어린 색시하나를 데려와 같이 살라고 했단다.
얼굴이 창백한 달처럼 뾰얗고 가녀린 색시였단다.

 
할머니는 두려워하는 그 색시가 미웠지만 동생처럼 대하며 일손하나 얻은 샘치고 살았다고 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무심하게 두 부인 모두를 두고 또 전국을 떠돌며 장사만 했다고 한다.
다음 해 그 색시가 아이를 낳다가 산후열이 심해 그만 세상을 떠났단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원망하며 작은 댁 장사를 치뤘고 아기를 길렀다.
아기도 약한 엄마 체질을 닮아 세돐 되던 해 폐렴으로 엄마 뒤를 따랐다.
그 후로 할아버지는 고향에 돌아와 곡물상을 차렸고 할머니는 여전히 집안을 돌보며 지냈다고 했다.

 
할아버지와 어떻게 만났냐고 물었더니
결혼식 하던 날 보았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키가 훤칠하고 손썹이 짚고 인물이 좋으셨단다.
그래서 아들 넷을 먼저 보내고도 할아버지를 의지하고 아들 하나를 믿고 살았다고 했다.
할머니는 딸 하나 있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딸 대신 첫 손녀를 보셔서 너무 기뻤다고 했다.
그런 할머니를 떠 올리며 이 책을 읽었다.


할머니의 연애시대는 마치 우리 부모님 때를 떠올리게 했다.

대학을 가기 위해 프랑스로 떠나는 제스.
제스를 위해 온 가족은 축하파티를 연다. 그리고 제스는 그곳에 모인 어른들의 비밀 이야기와 모든 사랑이야기를 듣게 된다.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현실 속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선택하고 삶을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가 낯설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면서 만남과 헤어짐, 흥분과 고통, 망각과 후회가 교차된 인간의 삶이 조용히 펼쳐진다.

외할머니 브라이디와 외할아버지 잭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부모의 축복이나 도움도 받지 못한채 비밀리에 결혼을 했고 힘든 일생을 보내게 된다.

할머니인 쇠를 가는 소녀 도로시는 파티에서 자기가 다니는 회사 소유주의 아들인 에드워드를 만나게 된다.

"내가 장담하는 데 말이죠"
"당신이 여기사 가장 아름다워요. 그거 알고 있어요?"
"당신 눈은 블루벨 꽃처럼 아름다워요."

라고 속삭이는 왕자의 음성을 듣게 되고 곧 사랑에 빠지지만 현실에서 도로시를 만난 왕자 에드워드의 행동을 보고 절망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게 된다.
옆집에 살고 날마다 저녁인사를 하러오는 앨버트를 자신의 짝으로 받아들인다.

늘 어쩡정한 모습으로 살던 아버지 마이크는 맥주파티에서 만난 제니퍼에게 반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대신 이런 마이크를 좋아하고 열렬히 쫓아다닌 조씨는 결국 기차를 타고 떠나게 된다.
그리고 존과 장애인 대니를 낳고 제스를 키운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같은 집에 살아가지만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일을 더 많이 하는 것도 가족이다. 너무 가까우면 배려와 서로간의 예의를 잊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무시하고 살던 아버지 마이크와 오빠 존은 우연히 비둘기 키우기로 마음을 열게 되는 모습이나 제스가 장애를 가진 대니 오빠와 함께 보낸 짧은 시간들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제스는 디스코장에서 멋진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그와 헤어지고 자기 길을 걷게 된다.  

할머니의 연애시대는 사랑이 결국 일상의 삶을 선택하는 문제로 현실에서 한 발 직전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여러가지 울림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낭만적인 묘사나 사랑에 대한 아름다움과 절절함이 빠진 거의 순백의 밥맛같은 소설 <할머니의 연애시대>.
그래서 더 솔직하고 더 진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루이 이모할머니와 길버트 할아버지의 생애 마지막 장면이었다.

 루이 이모할머니는 그녀와 길버트 할아버지를 오랜 시간 동안 묶어준 그들의 초라한 ㅅ상 속에서 마지막 희생을 치렀다. 루이 할머니는 오래된 안락의자에 길버트 할아버지를 앉힌 다음 벽난로 가까이 끌어다 놓고 그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함께 추억의 노래들을 즐겼다. 그리고 나서,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이모할머니는 그 끔찍한 집을 떠났다. 영원히.(196면)


요즘 노년에 대한 이야기와 책이 많이 나온다.

아름다운 삶과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서 니어링의 이야기나 타샤 할머니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다시 일깨워준다.

그런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고 평범한 루이 이모할머니 이야기도 먼 훗날 멈춰서서 되돌아볼 때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삶의 한 자락을 펼쳐보이게 한다. 

인간이 이상 누구나 필멸의 삶을 살아가며 우리 뒤에 올 아이들은 위해 남겨 줄 수 있는 소박한 선물은 바로 사랑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이자 자기 길을 간 성실한 모습인 일상의 삶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은 <이름 없는 너에게> 이후 두번째로 작가 벌리 도허티를 만나게 했다.
그녀의 글은 언제나 열려있다.

 이 책 마지막에도

 기차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어서 가자, 어서 가자, 어서 가자. 그것은 바로 내 어린 시절, 떠나가는 기차가 내게 늘 들려두전 소리였다.

하지만 나는 어린애가 아니었다. 그러나 절대로, 결코, 두 번 다시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지 못할 터였다. 뱀이 드디어 허물을 벗은 것이다.

 나는 엄마가 준 선물을 열어보았다. 대니 오빠의 사진이었다. 추억 속의 오빠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오빠가 내 삶을 축복해주고 있었다.(222면)

 끝없이 열린 미래.
부모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이야기는 또 어떻게 흘러가 아이들의 이야기와 만날 것인가?
끝없는 물음이 또 열린다. 아이들은 이 책 속에서 자기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귀한 나무를 베어 책을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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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청설모 까치 작은거인 13
장주식 지음, 원혜영 그림 / 국민서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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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주식선생님을 만나면 늘 우직한 오라비를 만나는 느낌이다.

오빠가 아닌 오라비 그것도 큰 오라비처럼 든든하다. <매화꽃 향기>를 읽고

'이런 글을 쓰는 교사가 있구나! 덜 부끄럽겠다.' 하믄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매화꽃>은 많은 아쉬움을 주는 책이었다. 그 뒤 <깡패 진희>를 거쳐 <전학 온 윤주, 전학 간 윤주>까지 그의 책 속에 나오는 아이들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대개 책에 나오는 주인공이 여자 아이라 남자 아이 이야기는 언제 나오나? 혼자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

장주식선생님은 서울을 거쳐 지금 경기도 여주에서 살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라는 말이 어울릴만한 그런 집에서 넉넉하고 소박한 모습의 삶이 그려진다.

그래서 일까? <토까 청설모 까치>는 작가가 무지 아끼고 살갑게 키운 자식같은 느낌이 들었다. 토끼며 청설모, 까치는 작가가 살고 있는 마을에 가까이 둥지를 틀고 동네 사람들과 눈인사를 하며 사는 건 아닐까?

봄, 조그마한 시골 마을이다.

상미네 집에서 토끼가 풀렸다. 수컷 한 마리, 암컷 두 마리다. 사람들은 참 좋아했다. 하얀 토끼가 마을 고샅길과 텃밭과 뒤란과 마당을 오가며 뛰어노니 평화롭고 한가해서 너무 좋다고들 했다. (10면) 

첫 문장이 깔끔하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니 금방 이야기 속으로 들어왔다. 토끼를 본 아이나 보지 않는 아이라 하더라도 '토끼'라는 말에 아이들은 토끼같은 눈을 뜨고 내가 읽어주길 기다렸다. 그 뒤 토끼 잡는 이야기나 토끼 가죽 벗기는 이야기를 듣더니 신기해 했다.

그런데 교회집 아저씨가 풀어놓은 진돗개에게 잡힌 수토끼를 요리하고 술상차려 먹는 어른들 이야기에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뚱했다. 어떤 아이는 "웩, 우웩!" 그리기도 했다.

그렇겠지. 자기가 키운 토끼가 죽었는데 그걸 먹으려면 술이 있어야겠지.

남은 두 마리 토끼도 고추 모종을 갉아먹으면서 명을 달리 했다.

인천 할배 그물에 잡혀 <산 채로, 꽁지는 빼앗긴 채로 토끼는 두 귀가 잡혀나왔다.>

토끼가 만들었던 평화로운 풍경은 채 보름이 가지 못했다.

뒤이어 나오는 청설모이야기는 더 현실적이다.

밤잠을 못 자게 하는 청설모 어미와 새끼들을 잡기 위해 다복아빠는 쥐 잡는 틀도 쓰고 찍찍이도 붙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청설모들은 기와장을 뚫고 지붕을 점령한다. 몽둥이로 청설모를 잡은 다복아빠는 팔을 부르르 떨며 생명을 없앤 경험 앞에 무기력해진다.

동쪽 산 위로 떠오른는 해를 차마 보지 못했다(77면)

청설모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이다. 긴 여운이 남는다.  차마 보지 못하는 것이 어찌 다복아빠 뿐이겠나? 고속도로나 국도를 달릴 때면 길 위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의 시신들을 볼 때마다 섬찟한 느낌이 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걔네들이 조심해야지...... 하며 눈을 돌렸던 기억이 났다.

마지막 까치 이야기는 작가 '그들과 같이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다음에 살 아이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해 줄까?'를 오래 고민하고 쓴 글이 느껴진다.

깊은 뜻이 숨겨져 있지만 그림처럼 글도 간결하고 자세하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다복이나 다정이는 토끼나 청설모를 잡을 때는 강건너 불구경 하듯 토끼국까지 맛있게 먹더니 까치이야기에는 전면으로 나온다.

"아빠, 까치 좀 밟로 밟아!"    

"응?"

"발로 밟으라니? 까치를 어떻게 발로 밟아?"

"아빠가, 청설모를 발로 밟아 죽였잖아. 그러니까 까치도 발로 밟아."

"........"

"시끄러워서 텔레비젼을 못 보겠어." 다정이는 그 말만 해 놓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84면)

아이들 세계에서 토끼나 청설모나 까치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존재들인가 보다. 그러니까 까치의 시끄러운 소리에만 신경을 쓰지...... 하지만 아이들은 다 보고 있다. 그러니까 아빠가 나중에 큰 벌 받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하고, 옛날이야기에 작은 동물 해치면, 그 동물이 엄청나게 커져서 원수를 갚는다는 말을 하면서.

다복이 이모부가  "사람 사는 집에 동물이 들어오면 좋은 거여......"

하는 말은 오래 것이 아니다. 우리 어릴 적엔 다 그렇게 살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젠 다복이 아빠나 엄마처럼도 살지 못하고 있다.

두꺼비나 꽃뱀의 움직임을 전혀 눈치 챌 수 없는 그들이 다 떠난 곳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더 늦지않게 그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 길에 동화도 시도 이야기도 같이 동무하여 가야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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