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요시노 겐자부로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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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이 만들어갈 아름다운 관계와 홀로서기

 

 

  이 책은 일본 소국민(다음 세대를 짊어질 소년소녀를 뜻함) 문고’(모두 16) 가운데서 처음 나온 책이다. 19377월에 완간이 되었다. 완간 당시는 루거차오 사건으로 중일전쟁을 거쳐 태평양 전쟁으로 확산되는 시점이다. 파시즘이 확산되는 시기 일본 정부는 일본 국민들에게 애국을 강제했고 청소년들은 무솔리니와 히틀러를 영웅으로 떠받들며 군국주의 내용으로 가득 찬 책이 성행하였다고 한다. 군국주의 정부와 맞선 또 다른 기획으로 억압의 시기를 용감하게 헤쳐나간 소중한 기록이 바로 이 책이 가진 소중한 점이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그대들은 복수형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작가가 호명하는 그대들의 모습이 참으로 밝고 소망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주인공 코페르는 아버지가 부재하나 생계와 상관없이 안정된 생활을 하고 이해심 많은 어머니와 항상 친절하게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외삼촌이 있다. 또 코페르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느끼게 해 주는 가난을 힘겹지만 씩씩하게 이겨내는 우라가와와 의리와 우정을 최고로 아는 기타미 그리고 우아하고 고상한 취미를 함께 나눌 미즈타니가 있다. 이 네 명의 그대들은 계급이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평등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간다. 심지어 기타미가 상급생들에게 붙잡혀서 맞고 있을 때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코페르의 비겁함까지도 따뜻하게 감싸줄 줄 아는 통 큰 인물들이다.

  이런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코페르 자신이다. 코페르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현재 나는 소비 전문가이고 아무것도 생산하는 게 없다.’는 것을 고백한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현재 자신이 무언가 생산해 내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꿈꾼다. 자신이 이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좋은 사람이 되는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낳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믿는다. 믿음직스럽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일반적인 통념을 끝까지 쫓아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뉴우튼의 사과와 분유에서 이야기 하는 진정한 발견과 나폴레옹과 네 친구에서 보여주는 위대한 사람에 대한 생각들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낯선 충격을 줄 것이다.

이 낯선 충격은 세계적 시야를 확보한 작가의식이 바탕이 된다. ‘수선화와 간다라 불상을 통해 세계 시민적 의식을 볼 수 있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실시간으로 런던 올림픽을 즐기는 청소년들에게 간다라 불상의 의미는 동서양의 접점이 보여주는 또 다른 문화적 충격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지금 청소년들에게 코페르는 과연 매력적일까? 오히려 기타미나 우라가와에게서 더 인간적인 질감을 느끼게 하지 않을까? 왜냐고 코페르의 모습은 너무 엄친아니까. 작가가 보여주는 코페르의 질문과 경험들은 너무나 순정하다. 살벌한 입시지옥을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의 가슴을 곧장 치고 들어갈 불온함에 대한 1% 기대가 채워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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