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가져온 아이 문지아이들 85
김려령 지음, 정문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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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령의 <기억을 가져 온 아이/문학과 지성사-마해송 문학상 수상작>를 읽었을 때, 한편으로 '아직도 판타지가 이렇게 제자리 걸음일까?' 생각했다.

 



 

이혼한 아빠는 할아버지가 사시던 산 속으로 가고 주인공 차근이는 엄마의 긴 출장과 여름방학을 이유로 아빠에게 간다. 이웃이라고는 이웃집 천수무당 할머니와 꼬마 무당 다래 뿐이다. 차근이가 할아버지가 만든 호롱불을 따라 기억의 호수를 지나 다시 현실 세계로 오는 과정은 여전히 판타지 공간이라 하기엔 섣불리 독자의 마음이 움직이진 않았다. 판타지동화지만 무속 신앙 혹은 그에 대한 애매함이 곳곳에 베여있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뒤 어린이와 문학 9월호에서 옛이야기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패러디한 <안 되는 게 어디 있어>를 읽으며 작가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더니 무척 재미있게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칠맛나는 문장과 캐릭터 상황들이 작가의 글솜씨와 버무려져 아주 재미난 작품이 되었다.

 

이번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는 입양아와 그 부모 그리고 할머니를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이있는 물음으로 다가왔다.

 



 

 
책을 딱 보는 순간 '가슴 혹은 해마'라는 의미가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이 책을 읽는 동안 해마를 안고 살아가는 하늘이 이야기에 살짝 눈물도 났다.
단순에 읽어버린 동화책. 그래 결말이 행복하니 동화라고 해야겠지.

 

다시 현실로 돌아와 지난 일을 되돌아보았다. 아토피가 심한 둘째 아이 때문에 날마다 가슴 졸였던 일이며, 남편의 갑작스런 발병. 수술을 앞두고 고향을 다녀올 때 눈물 짓던 부모님들.

심장 수술을 해 본 사람이나 그 가족은 안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변한 목소리와 조금만 힘든 일을 해도 금방 지치는 체력과 더불어 예민해지는 성격을. 그리고 가슴에 난 지울 수 없는 수술 자국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 하나만으로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상처와 자국들을 보듬어 안고 살고 있다는 것을. 힘든 순간마다 우리를 일으켜 세웠던 것은 무엇일까? 가족이란 관계는 또 어떤 존재감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아기였을 때 입양된 하늘이는 정신과 전문의인 엄마와 치과의사인 아빠의 보호아래 공주처럼(?) 자란다. 하지만 입양아인 것이 공개되고 자신의 사소한 일상이 카메라와 방송 혹은 잡지에 노출되면 될수록 그것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려는 엄마를 미워하는 어쩔 수 없는 갈등을 겪게 된다.

 친부모 자식간이라도 십대가 되면 갑자기 의무와 책임을 내세우며 쌀쌀해지는 부모와 자신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할 방식으로 푸는 아이들 간에 싸움은 일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3년 전 6학년 담임을 할 때, 나는 아침마다 교실문을 열기 전에 심호흡을 했다.

적대적이 관계가 되지 않기 위해, 뭔가 명령하려는 나 자신을 좀 더 너그럽게 확장시키기 위해, 아이들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날마다 그렇게 싸웠고 고민했다.

 

하늘이는 해마란 이름으로 자기 안의 다른 나를 보듬어 안는다.

마음이 따뜻하고 살가운 아이다. 한 살 아래 한강이의 가출 앞에서도 대학생이 될 때까지 참아야 한다는 범생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하늘이 엄마 캐릭터가 보편적 인물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머리로는 이해하나 가슴으로 다가오지 않는 인물이다. 전형적인 지식인 혹은 상류층 인물인 것 같다. 그 아픔이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아빠도 마찬가지다.

마치 잘 포장된 세련된 가족 <여성 동아, 미시 전문 잡지>란에 소개되는 그런 인물처럼 보인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어떤 느낌일까?
할머니의 사투리와 손길 속에 아빠와 할머니 사이에 흐르는 애정을 느끼는 하늘이.
정말 이럴까?
 이럴 때 나는 외할머니와 엄마 사이가 더 궁금해진다. 왜 그럴까? 

태몽을 꾼 할머니에게 또 다시 남자아이의 입양을 전하는 부모님.
새로운 가족을 맞으며 하늘이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는 가족의 또 다른 의미를 몸으로 배워간다. 

성적, 친구 관계, 경쟁, 학원....... 그리고 입양이란 또 다른 삶이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아이들과 이웃에 대해 나는 또 다른 시선을 갖게 되었다.

따로 또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희망을 꿈꾸며.


5, 6학년 아이들과 같이 읽으며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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