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이야기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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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 작가는 내가 국경의 도서관이라는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국경에 무슨 도서관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읽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묘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몇 년 전에 성지순례를 갔던 이스라엘, 그곳에서 팔레스타인과의 갈등과 포탄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았던 나로서는 가슴이 저렸다. 장벽을 경계로 원수처럼 살았던 분쟁 지역 속에서 우정을 나누었던 이스라엘 소년과 팔레스타인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언제 북한 동포들과 마음을 트놓고 이야기 하며 우정을 나눌 수 있을는지 생각해 봤다.

 

그로부터 황경신 작가의 책에 빠져들었고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책을 사서 읽고 있는데 한 작가가 독자에게 끼친 글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이 책은 제목부터가 초콜릿 우체국이라니 호기심을 자아낸다. 초콜릿을 보내는 우체국인가? 이유를 알기 위해 읽다가 보니 맨 마지막 부분에 초콜릿 우체국이라는 제목이 있었다.

 

황경신 작가는 어는 날 골목길을 돌다가 작은 가게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우체국 마크가 붙어있는 작은 쇼윈도였다. 작가는 말하기를 별로, 초콜릿을 살 일은 없지만, 생각하며 나는 오렌지 빛깔의 문을 밀고 초콜릿 우체국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안은 작은 우체국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표를 사는 곳이 있고, 소포를 붙이는 곳이 있고, 접수를 받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없었다. 흠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다음 누구 안 계세요, 하려는데 안쪽에서 작은 문 하나가 열리더니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한쪽에 놓인 소파를 손으로 가리켰다. “초콜릿을 사지 않을지도 모르는데내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내 앞에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초콜릿 우체국이란 게 뭐 하는 곳인가요? 광고전단지에는 아무런 내용도 없어서” “뭘 하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까?” 남자는 도리어 내게 반문했다. 우체국이니까 누군가에게 뭔가를 부칠 수 있는 곳이겠지, 그리고 그 뭔가는 아마도 초콜릿이겠지, 나는 생각했다.“(321)고 말했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색깔로 나눈 38개의 따뜻하고 감각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동안 작가가 잡지 [페이퍼]에 한 편씩 연재했던 글을 엮은 것으로 아주 먼 곳에서 온 듯한’, 그러나 완벽한 룸메이트처럼 내 마음을 꼭 지탱해주는 짧은 이야기들은 세월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감각적이고 따뜻하다. 어느 날, 우리가 늘 지나다니는 골목길에 초콜릿을 파는 우체국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조금도 의심 없이 '헤어짐'에 대한 생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책 가운데 흐르는 쓸쓸한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곳곳에 실린 글씨 뒤 예쁜 사진들은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더해준다.

 

이 책은 보기에도 예쁘장한 책이다. ‘국경의 도서관과 더불어 초콜릿 우체국도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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