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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여, 춤추지 말라 - 해학과 풍자의 인문학
이인환 지음 / 도어즈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해외 여행을 가서 무게 3톤이 넘는 범고래의 쇼를 본 적이 있다. 바다의 포식자로 알려진 거대한 몸집의 범고래가 환상적인 점프를 통해 멋진 쇼를 펼쳐 보인다. 그런데 조련사는 어떻게 해서 범고래로 하여금 그렇게 멋진 쇼를 펼쳐 보일 수 있게 만든 것일까?
‘고래 반응’이라 불리는 범고래 훈련법은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한 훈련법과 다르지 않다. ‘고래 반응’이란 범고래가 쇼를 멋지게 해냈을 때는 즉각적으로 칭찬하고, 실수를 했을 때는 질책하는 대신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며, 중간 중간에 계속해서 격려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인간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책이다. 주인공은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간관계에 절망하고 괴로워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범고래 쇼에 의해 멘토가 되어줄 만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제목이 <고래여, 춤추지 말라>이다. 이 책은 평소 지인들 사이에서 ‘만물박사’로 불리는 소설가 이인환씨가 오랜 시간 책으로 공부하고 삶에서 체득한 인문학적 지식을 노자에서 슈뢰딩거까지, 동양 사상부터 서양 사상까지, 철학부터 인문과학까지 횡단하며 두루두루 설명한다.
‘인문학’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든다. 전 세계적으로 인문학이 강세지만 평소 관심이 없던 일반인이 접하기에 인문학은 여전히 따분한 학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특징은 위트다. 저자는 재미있고 풍자적인 문체로 독자가 읽게 쉽게 인문학을 설명한다.
이 책의 부제는 ‘해학과 풍자의 인문학’ ‘노자에서 슈뢰딩거까지’ ‘인문학의 바다를 건너다’라고 되어 있다. 이런 부제를 보니 웃음이 절로 난다.
고래는 바다에 살고 있는 동물 가운데 지구상 최대의 동물로서 수만 킬로미터의 대해를 누비고, 수천 킬로미터 밖까지 가 닿는 자기들의 언어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수심 수천 미터를 치고 내려가 사냥을 하기도 한다. 그런 고래를 사람들은 고래를 가둬두고 춤을 추게 한다. 고래가 춤을 춤으로써 입는 피해는, 육체적으로는 등지느러미가 굽는 장애를 얻고 정신적으로는 대양을 잃고 속박과 억압에 시달린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래여, 네가 춤을 추면 세상은 그만큼 좁아진다. 인간의 잣대에 구애받지 말고 그냥 무하유의 너른 대양을 주유하라. 바다가 너르지 않으면 누군가가 만들게 될 큰 배를 띄울 수 없다. 고래여 춤추지 말라.”(p.27) 고 말했다.
데카르트는 어릴 때 ‘마른기침과 창백한 안색’이 특징일 만큼 병약한 아이여서 초급학교에서는 늦게 일어나도 된다는 특혜를 입었고, 어른이 되고서도 오전 방문자들을 돌려세우는 늦잠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침대 속에 철학자’라고 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어느덧 동서고금의 철학과 마주하고 있게 된다. 인문학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