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어령 박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석학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어령 박사는 우리나라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문학평론가, 에세이스트, 소설가, 희곡작가, 시인 등 문인의 이름 외에도 대학교수, 기호학자, 언론인 등 많은 직함이 있다. 서울 올림픽과 월드컵 등 주요 국가 행사 기획자로도 역량을 펼쳐왔다.

 

이어령 박사가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일찍이 세상을 떠난 딸 고 이민아 목사의 3주기를 맞으면서 딸을 먼저 보낸 아버지가 그 시절을 회상하며 뒤늦게나마 글로써 보내는 굿나잇 키스다. 딸이 태어나기 전 부터 초보 아빠가 겪은 시행착오, 경쟁사회로 들어가는 딸을 보며 느낀 안타까움, 첫사랑과 결혼을 지켜본 소회, 딸의 투병과 죽음을 대한 심정 등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딸을 가진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를 보낸다.

 

독백으로 써내려 간 딸 잃은 슬픔은 시간이 흐르며 죽은 딸에게 건네는 편지가 되고, “나와 똑같은 사람들을 향한 산문이 되고 시가 됐다. 저자는 만일 지금 나에게 그 30초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나님이 그런 기적을 베풀어주신다면, 그래 민아야, 딱 한번이라도 좋다.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이 그때의 옛날로 돌아가자... 나는 글 쓰던 펜을 내려놓고, 읽다 만 책장을 덮고, 두 팔을 활짝 편다. 너는 달려와 내 가슴에 안긴다. 내 키만큼 천장에 다다를 만큼 널 높이 들어 올리고 졸음이 온 눈, 상기된 너의 뺨 위에 굿나잇 키스를 하는 거다. 굿나잇, 민아야, 잘자라 민아야."(23)라고 했다.

 

저자의 딸 이민아 목사는 지난 2012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유년시절 잠자리에 들기 전 아버지의 굿나잇 키스를 기대하며 서재 문 앞에서 아빠를 불렀다. 하지만 일에만 몰두하던 아빠는 딸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이어령은 그 시절을 회상하며 뒤늦게나마 글로써 딸에게 굿나잇 키스를 보낸다.

 

저자가 쓴 편지에는 매번 굿나잇 민아로 끝을 맺으면서 속죄를 한다. 아내를 입덧으로 고생하게 만든 배 속의 딸을 잠시 원망하고, 둘이 떠난 바다여행에서 딸을 내팽개친 채 친구들을 불러 밤새 문학이야기를 나누고, 이발소에서 잠이 드는 바람에 딸 결혼식에 늦은 나쁜 아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내가 또 사고를 쳤어. 교회 앞 건널목에서 초록색 신호등이 막 꺼지려고 하는 거야. 네가 환자라는 생각을 못하고서 본능적으로 급히 뛰어서 나 혼자 급히 건너가 버린 거야. 너는 기운이 없어서 미처 나를 뒤따라오지 못했지. 너는 그 길을 건너 나에게로 오지 못했고, 나 역시 다시 되돌아가지 못했어. 그때 나는 그 거리가 천 리 만리 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했었지.”

 

나는 이 책을 읽고 딸을 잃고 난 뒤에야 고통 없이는 사랑을 얻을 수 없음을 알게 되고 드디어 진정한 아버지 자격을 얻게 되었다는 그의 고백을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나 역시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아이들에게는 잘 해 주지 못했다.

 

이 책은 그냥 읽을 수가 없다. 손수건을 옆에 두고 읽다가 눈물이 나면 닦아야 할 정도로 가슴이 미워진다. 이 책을 읽는 부모라면 아들딸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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