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타이완을 만났다 - 삶이 깊어지는 이지상의 인문여행기
이지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대학에 다닐 때 타이완으로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1949년 공산당에 패한 국민당 장제스(蔣介石) 총통은 타이완으로 쫓겨와 철권통치를 시작하게 된다. 이후 타이완은 건국 출발부터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한 정치사를 전개해 가고 있다.

 

타이완은 우리나라와는 단교로 인한 오랜 외교 갈등을 빚고 있지만 최근 들어 대중문화의 활발한 교류로 인해 점차 여행지로서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나라이다.

 

타이완에는 웅장한 자연경관도 이렇다 할 문화유산도 없다. 그나마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빌딩 타이베이 101,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고궁박물관,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각광받는 여행지 주펀 정도가 조금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이 책은 배낭여행 1세대로 불리는 이지상 작가가 인생의 고비에서 타이완을 찾아 삶을 되돌아본 성찰의 기록이자, 특히 20여 년간 일곱 번 타이완을 다녀온 경험이 망라된 읽을거리가 풍성한 여행기이다.

 

서점에는 하루가 멀다시피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타이완 여행기 시장에 편승해 출간된 책이 아니라 타이완이 한국인들에게 미지의 땅이었던 시절부터 꾸준히 쌓아온 작가의 체험적 정보들을 자세하게 담고 있다.

 

역사·정치·문화·지리에 대한 지식,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소박한 타이완을 포착한 사진, 개인적인 아픔과 회복 경험 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또 한 인간이 삶의 희망을 찾아 인생의 시작점으로 되돌아가 치러낸 분투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에세이다.

 

수도 타이베이와 주펀, 핑시부터 타이루거 협곡, 르위에탄 호수, 아리산, 최남단 헝춘과 컨딩, 최북단 마쭈 열도까지 타이완 전국을 발로 뛰는 여행을 수차례 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여태껏 우리가 몰랐던 타이완의 속살을 제대로 보여준다.

 

타이완은 왠지 모르게 편하고 좋은 곳이다. 탄성을 지르게 만드는 놀라운 광경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지만, 그곳에는 진짜 삶이 있고 편안한 휴식이 있다. 야시장의 다양하고 푸짐한 먹을거리들, 지친 몸을 달래는 온천들, 빠듯한 관광일정으로 바삐 움직이며 안달할 필요 없는 나라가 타이완이다.

 

저자는 나는 타이완에 갈 때 거창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겸손한 마음으로 소박한 사람들의 삶과 정과 음식을 맛보러 간다. 사소한 것 같지만 삶의 본질인 그것들을. 타이완에 가면 언제나 여유롭고 푸근하며 따스한 기운을 느낀다. 그 기운을 받고 온 나는 여기서도 그래, 좀 더 느긋하게 살자.’라며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타이완은 내가 삶의 의욕을 잃었을 때는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내가 지쳤을 때는 쉬게 해준 고마운 나라다.”(p.357) 라고 말했다.

 

저자는 삶이 힘들다고 느껴지는 분들, 낯선 땅을 헤쳐 가는 여행이 두렵거나 귀찮아진 분들이라면 타이완에 한번 가보라고 권한다. 거창한 것 기대하지 말고 이웃 집 가듯 가보라고 한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놀다 보면 이게 행복이구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