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 얼어붙은 섬에 뿌리내린 한인의 역사와 삶의 기록
최상구 지음 / 미디어일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그동안 사할린에 강제 징용으로 끌려갔던 한인들에 대해서 듣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게 되어 큰 다행으로 여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사할린에 끌려간 한인 13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고국으로 돌아오려고 몸부림치는 그들의 뼈아픈 역사를 읽자말자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 어떻게 사람의 고통이 이보다 더 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참극의 현장으로 얼룩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할린 한인들의 고통스러웠던 지난 과거에 눈물을 짓게도 되지만, 어떻게 하면 고령이 된 사할린 조선인들에게 절망의 역사 대신 희망의 시간을 안겨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기도 했다.

 

일본은 군국주의적 팽창을 통해 아시아 대륙을 침탈하면서 19377월 중국과의 전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전쟁에 총력을 기울이기위해 19384월 전시통제법인 국가총동원법을 만들었다. 이 법은 강제 합병된 조선에도 적용되어 한반도 전역에서 징용과 징병, 식량공출, 전쟁물자 징발, 자금 징수 등 온갖 차원의 수탈이 이뤄졌다. 일본은 사할린의 자원수탈과 군수공장 가동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고자 많은 조선인을 사할린으로 끌고 갔다.

 

처음에는 민간업자의 모집으로 추진된 사할린 노동자 이주정책은 전쟁이 격화돼 감에 따라 관 주도 알선 방식을 거쳐 강제징용으로 악화됐다. 특히 1944년 이후 일본은 사할린에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 가운데 1만여 명을 일본 본토의 탄광과 군수공장으로 다시 이주시키는 이중징용까지 자행했다.

 

이 책은 개인 사업을 하면서 시민단체인 지구촌동포연대(KIN)에서 활동하는 최상구 씨가 사할린 한인들의 삶과 역사, 또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흘린 눈물과 처절한 외침을 직접 사할린을 방문하고 그들과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것을 기록한 것이다.

 

저자는 20128월 광복절에 맞춰 KIN이 사할린에서 개최한 제8회 재외동포 NGO대회에 사할린 한인 지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조직한 사할린 희망 캠페인단의 일원으로 사할린 땅을 밟았다.

 

일제가 저질렀던 강제징용의 흔적이 남아 있는 코르사코프항과 브이코프, 포로나이스크, 홈스크 등을 돌아보는 가운데 사할린 한인 문제를 목도한 저자는 사할린과 일본을 오가면서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사할린의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해 왔다. 자료를 찾고, 수없이 많은 사할린 한인을 만나 생생한 증언을 듣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록했다.

 

일제 강점기에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되어 탄광노동자로 일했던 수많은 사할린 한인들의 역사는 벌써 70여 년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에 대해 우리 사회가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들의 역사는 기록되지 못했고, 최근에서야 그들의 역사를 밝히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을 뿐이다. 당시 식민지였던 조선 땅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징용되었는지, 그리고 탄광에서 어떻게 일하고 먹고 살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알지 못했기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고, 기억할 것도 없는 게 우리의 처지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향이 남한임에도 북한 국적을 취득한 사할린 한인 중에는 언젠가 통일이 되면 고향으로 가기가 쉬울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이들이 꽤 있었다. 무국적을 선택한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무국적자의 설움과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소련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것은 그들이 끝내 귀향의 꿈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고향으로 갈 길이 열릴 때 혹시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진 게 문제 되지 않을까, 그것이 염려스러웠던 것이다.”(53~54)고 말했다.

 

이 책을 정부당국자들과 사할린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읽혀져서 사할린 동포들의 한을 풀어주고 그들에게 절망의 역사 대신 희망의 시간을 안겨주는데 기여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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