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의 배신 - 경쟁은 누구도 승자로 만들지 않는다
마거릿 헤퍼넌 지음, 김성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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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사회는 치열한 경쟁사회가 되어서 그런지 우리 주변에는 경쟁의 문화가 만연해 있다.입시경쟁, 취업경쟁, 기업경쟁, 성공경쟁 등 평생 남의 머리꼭지를 밟아야만 내 한 몸 건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학계와 기업, 예술계 종사자들도 남보다 앞서야 살아남는다. TV에서는 연일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가수, 댄서, 패션모델, 패션디자이너는 물론 순수미술을 하는 예술가까지 최후의 1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열띤 노력의 결과에 대한 보상과 찬사는 대개 경쟁의 승자에게만 돌아간다.

 

그리고 승자의 발밑으로 내쳐진 다른 이들은 이 사회와의 공존을 거부당한다. 그 누군가가 정해놓은 가이드라인 안을 들어서기 위해 그 안에서 1등이 되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세상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만 문제는 내가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보장도, 한 번의 승리가 여러 번의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는 데에 있다.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한 채 우리는 경쟁을 내면화하고 주변을 팔꿈치로 밀어내기에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팔꿈치 사회'라는 말이 있다. 한 마디로, 옆 사람을 팔꿈치로 치며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치열한 경쟁 사회라는 말이다. 팔꿈치 사회에서의 심각한 문제는, 한 번 일등 한다고 해서 영원히 일등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수히 많은 새로운 경쟁자들이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린다. 시간이 갈수록 경쟁은 치열하다. 그것을 버텨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 지경이다.

 

이 책은 BBC 프로듀서 출신으로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기업가이며, 현재 미국 시몬스대학 초빙교수인 마거린 헤퍼넌이 과학, 언론, 기업을 비롯하여 교육, 결혼, 스포츠, 종교, 영화, 음악, 건축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속해 있고 영향을 받는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어떤 모습을 양산하는지 광범위한 사례와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담았다. 인간의 경쟁적 본성이 시작되는 영국의 한 가정에서부터 거대한 현대식 전쟁터가 되어버린 뉴욕의 월스트리트까지 저자는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현 모습을 선명한 활자로 담으며, 그들이 왜 이토록 경쟁에 내몰린 삶을 살게 되었는지와 그 근본적인 원인을 날카롭게 통찰한다.

 

저자는 12장에 걸쳐 경쟁이 창조·개성·성장·창의·혁신·발전 등 세계의 공동목표를 어떻게 가로막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프로듀서 출신답게 경쟁에 대해 야기하는 사회 전반적 분위기와 개인의 내면을 심도 있게 그리며 과잉경쟁으로 인해 우리가 치르고 있는 물질적, 정신적 비용을 따져보면서 경쟁의 역효과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차라리 경쟁에서 패하라고 말한다. 사람의 경쟁 본능이란 패하기 전에는 멈출 줄 모르니, 차라리 경쟁에서 지고 대가를 치르는 게 낫다는 것이다.

 

저자가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협력과 상호의존이다. 그리고 신뢰와 공존공영의 정신을 통해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적 기업과 공동체를 소개한다. 저자는 우리는 모두 경쟁심이 강한 존재들이지만 그렇다고 경쟁심만 있는 것은 아니다함께 힘을 모아 일하는 것도 인간의 본성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모두 경쟁심이 강한 자들이지만 함께 힘을 모아 일하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쟁사회에서 서로 힘을 모아 협력할 수 있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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