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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자를 만났다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나는 가끔 집 가까이에 있는 도서관을 찾는다. 그 이유는 미처 예기치 못한 책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점 찍어둔 책을 찾기 위해, 혹은 수많은 책을 구경하기 위해 도서관의 서가와 서가 사이를 다니다 보면 간혹 노다지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읽을 책을 고를 때는 관심 있는 분야나 소화하기에 어렵지 않은 책을 고른다.
그러다 보니 익숙한 분야나 좋게 읽었던 작가의 책에 주로 손을 뻗게 되어 독서의 편식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도서관서가 여기저기를 거닐면서 이 책, 저 책을 보다 보면 스스로는 찾아 볼 엄두를 내지 않았을 책이지만 우연히 접함으로써 읽어보게 되고, 그 충실한 알맹이에 무릎을 탁 치며 왜 이제야 이 책을 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노다지를 발견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MBN 정치부 차장을 거쳐, 현재 TV조선 정치부 차장으로 일하고 있는 강상구가 상징과 비유의 난해함 때문에 이해가 어려운 장자를 쉽게 풀어 썼다. 부제가 ‘내 인생의 전환점’으로 저자 자신의 삶에 끼친 영향이 대단히 크다고 고백한다. 그리스 로마 고전을 인용해 장자에 담긴 메시지를 설명한다.
<장자>는 다른 동양 고전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로만 되어 있으며, 6만 5천자로 이뤄진 방대한 저작이다. 6천자에 불과한 <손자병법>보다 10배, 1만 6천자에 이르는 <논어>의 4배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해설 없이 번역만 해도 5백 쪽이 넘고, 비유와 상징이 많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 책에서 ‘장자’가 ‘공자 바보 만들기’를 시도하는 것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인(仁)’과 ‘예(禮)’로 다스려지는 나라를 꿈꾸는 공자를 향해 ‘되지도 않을 짓을 하느라 평생을 낭비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장자’는 ‘공자의 생각이 틀렸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었다. 공자의 생각은 옳다. 그러나 공자의 생각‘만’ 옳다고 고집을 부리는 순간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장자’는 전국시대 송(宋)나라의 몽(지금의 허난 성)에서 태어났고, 이름은 주(周)이며, 고향에서 칠원(漆園)의 하급 관리를 지냈으며, 전쟁이 일상이던 세상을 살았다. ‘죽음’을 현실로 살면서 ‘행복’을 꿈꿨다. 그런 장자가 말한 “무위”와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가 단순히 산속에 들어가 도 닦고 신선 되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것은, 자연이 그러하듯, 나 자신의 본성을 되찾고, 동시에 상대의 본성을 존중하자는 말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즉,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 속으로 뛰어 들어가 함께 공존하는 법을 터득하라는 메시지다. 장자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얽혀 살기(영녕)’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되는 것은 많이 가질수록 집착이 강해지고, 행복할수록 욕심이 많아진 나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전’은 어렵게만 생각하고 아예 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신나는 책을 읽어 보지 못하고 일생을 마치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은 ‘장자’를 소개하는 만큼, 책 한 권에서 동서양 철학을 한 번에 만나보는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조금 다른 삶을 꿈꾸는 이 시대의 장자들에게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