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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 세대 - 기회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올리버 예게스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현재 20-30대인 젊은이들은 전쟁과 가난을 겪지 않은 채 성인이 된 첫 번째 세대이며,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자라온 젊은이들이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세상이 디지털화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책보단 스마트폰이 친숙한 세대다.
이 세대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이 풍족한 환경을 누린 덕에 자유롭고 자기중심적이다. 그 어떤 세대보다 자신의 몸을 가꾸는 데 열광하고 SNS로 사생활을 낱낱이 공유한다.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물으면서도 짜릿한 즐거움을 꿈꾸는 몽상가들이다. 이들은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이들인데 이들을 가리켜 ‘결정장애 세대’라고 부른다.
그들에게 사생활은 없다. 온라인 친구들과 삶의 모든 것을 함께한다. 그들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빅브러더’가 모든 것을 조종하는 상황이나 ‘보이지 않는 손’이 지닌 무한한 힘도 믿지 않는다. 그들 앞에는 너무 많은 선택의 기회가 놓여 있다. 울트라모던한 세상,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의 수많은 유혹들이 그들을 향해 손짓한다.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든, 그들이 바라는 게 무엇이든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대체로 해결된다. 그러나 그들은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어딘가에 잘 정착하지도 못하고 한 가지 일에 잘 집중하지도 못한다.
이 책은 빈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철학,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독일 악셀 슈프링거 교육원에서 기자 양성 과정을 이수하고, 독일에 거주하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32세 젊은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가 쓴 자기 세대 보고서이다. 유럽 특히 독일의 20대론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요즘 젊은 애들’에게 ‘메이비 세대’라고 부른다. 어쩌면, 아마도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고, 어딘가에 잘 정착하지 못하며, 한 가지 일에 잘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 세대에서 많이 보이는 특징을 요약하는 단어로 선택됐다.
저자는 ‘메이비족’은 주의력 결핍과 결단력 박약이라는 공통의 증상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적 풍요와 기술의 발전으로 어느 시대보다 기회는 많아졌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묻는 이들이 어느 때보다 늘어났다며 저자는 자신이 속한 젊은 세대의 비극을 ‘결정장애’라고 설명한다.
무엇이 ‘결정장애’를 가져왔을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전에 없이 풍요롭지만 정작 생계와 취업이 어려운 경제상황, 모든 것이 연결되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디지털화, 부모세대인 68년세대의 탈권위주의적이고 자유방임적인 교육 등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공동체의 붕괴를 낳았고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가져왔으며, 그 결과가 ‘결정장애세대’다.
‘결정장애’를 자기 세대의 지배적 분위기로 내세우지만 책은 여기에만 집착하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지식, 애플, 섹스, 음악, 음식, 정치 등 여러 주제들을 훑어가며 젊은 세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세대’에 대해 정밀하게 분석하는 책은 아니다. 마치 ‘난 그냥 우리 세대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뿐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 20대의 내면 풍경과 세대적 특성에 대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