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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특허 표류기
이가라시 쿄우헤이 지음, 김해용 옮김 / 여운(주)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첨단 생명공학기술 내지 의학기술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을 살펴보면 너무도 놀랍고 신비해서 과학자들조차도 다 이해하고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가끔 우리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은 도쿄대학에서 과학사와 철학을 전공하고 1981년부터 NHK 프로듀서로서 자연 다큐멘터리와 과학·의학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다양한 생활정보 프로그램을 제작한 저자 이가라시 쿄우헤이가 생명과학과 특허법을 ‘휴머니즘’이라는 더 넓은 틀 속에서 접목시킨 ‘융합 에세이’다. 저자는 수년간의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생동감 넘치는 다큐멘터리 에세이 형식을 빌려 인체특허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지금까지 생명과학과 특허 분야들에서 유사한 주제를 다루거나 소개하는 책들이 많이 나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분야의 전공자들이나 실무자들을 위한 다분히 전문적인 도서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생명과학과 특허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생명특허’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는 인문 교양도서이다.
생명과학에서 태어나 특허법으로 무장한 인체특허는 유전자 비즈니스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불운한 운명에 처하여 왔다.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유전정보가 그것이 특이할수록 수익창출 기회만을 노리는 투자자들과 벤처 바이오기업들의 ‘표적’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유전자를 가지고 누군가가 ‘돈을 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보호막도 없는 것이 현실이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p.25)라고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특허 취득의 세 가지 조건으로 첫째 산업성 - 산업에서 이용될 수 있으면서 산업의 발달에 기여하는 발명일 것, 다만, 일본 내에서는 진단, 치료, 수술 등의 의료행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둘째, 신규성 - 이미 세상에 알려졌거나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발명은 인정되지 않는다. 셋째, 진보성 – 기존의 기술보다 그 수준이 월등히 높아야 하며, 지금까지의 기술을 단순히 조합하거나 설계를 변경한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인간 유전자 지도를 그리는 ‘게놈 프로젝트’가 2000년 시작됐지만 갈 길이 멀다. 한 개 세포핵에 23쌍의 염색체가 들어 있고 그 속 DNA는 4종의 염기가 30억번 배열된 구조다. 그 중 어느 부분이 유전자인지를 알아냈지만 기능은 10만개 중 1만개 밖에 파악하지 못했다. 개인 유전정보 분석과 공개에 따른 윤리적 문제도 걸림돌이다.
게놈 프로젝트란 인체의 유전정보를 지닌 게놈을 해독해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고 유전자 배열을 분석하는 연구 작업을 말한다. 게놈은 유전자와 세포핵 속에 있는 염색체의 합성어로,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집합체를 뜻한다.
이 책은 저자가 12년간의 취재를 바탕으로 ‘인체특허’ 전쟁의 과거를 되짚어 보고 현재를 고발함으로써 미래를 모색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