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
프란치스코 교황 & 에우제니오 스칼파리 외 지음, 최수철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에서 45일 간의 국빈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돌아갔다. 교황의 방한에 대해 유수의 언론은 세계에서 가톨릭 신자 수가 가장 적은 아시아 대륙에 교세를 확장하기 위한 바티칸의 노력을 몸소 보여주게 된 것이라며 한때 일본 선교사로 가는 게 꿈이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기회에 가톨릭 신자가 전체 인구의 단 3%뿐인 아시아에 가톨릭 교세를 확장하고 싶다는 열망을 강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의 방한으로 최대의 수혜를 입은 것은 한국 천주교다. 한국 천주교 신자 수는 인구의 약 10%540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교황의 소식을 다룬 온라인 기사에는 자신은 가톨릭 신자가 아니지만, 교황을 존경한다는 내용의 찬사 댓글이 수천 개씩 달렸다.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나는 가톨릭을 믿지 않으나, 교황이 한 말씀을 접하며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 이번 방한으로 전 국민의 조그마한 상처까지 치유되길 바란다” “그의 모습에서 무언가 경건성과 전통성이 보였다. 정부가 버리고 외면해서 상처받은 국민을 교황이 위로했다. 이게 종교인의 자세다” “그의 모습에서 정말 언행일치하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종교를 떠나서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다” “이렇게 기분 좋고 행복할 수가 없다. 그분의 기도처럼 좀 더 평안한 우리나라가 되길 바란다라는 글들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2013911일 이탈리아의 유력지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편지가 실리면서 일어났던 내용을 엮은 것으로 무신론자였던 스칼파리라는 사람이 교황에게 던진 도발적인 질문에 대한 교황의 답변이었다. 교황은 자기 배만 불리는 카톨릭교회의 지도자들에 대해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고, 신자와 무신론자라는 차이를 넘어 모두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프란치스코교황과 무신론자의 대화에서는 스칼파리가 무신론자로서 교황에게 던진 질문과 교황의 답장, 두 사람의 대화를 담았다. 2종교는 무엇이어야 하는가에서는 교황의 편지를 계기로 라 레푸블리카지면 위에서 펼쳐진 세계 지성인들의 토론이 실려 있다.

 

스칼파리의 질문에 답을 하던 교황은 어느 날 스칼파리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자고 제의했다. 그래서 교황의 거처인 산타 마르타관에서 두 사람이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의 대화에선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찾아 볼 수 있다. 권위를 벗어던지고 자신과 세상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어디든지 달려가 대화를 청하는 교황의 인간미를 보게 된다.

 

예수님이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말한 지 2000년이 지났지만, 자기애는 훨씬 강해졌고 타인에 대한 사랑은 비할 수 없이 줄어들었다. 신의 사랑을 알리고 예수의 언행을 삶에서 실천해야 할 종교지도자들과 약자의 편에 서 있어야 할 사회지도층이 오랫동안 부재했다. 헐벗은 예수 옆에 선 잘 차려 입은 교황, 척박한 삶의 광장 옆에 있는 화려한 카톨릭교회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둘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것은 이 시대가 당면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책에서는 위기를 만난 세상에서 그리스도교는 무엇이어야 하며, 서로 공존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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