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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죽음의 바다 1 - 이순신 최후의 날
배상열 지음 / 황금책방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 대한민국은 영화 ‘명량’을 보지 않으면 사람들과 어울릴 수가 없다. 그만큼 이순신 열풍에 떠들썩하다. 영화 ‘명량’은 1597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재구성한 것으로 벌써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순신은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늘 꼽히지만 최근의 열풍은 신드롬에 가깝다.
바다를 버리고 육지의 권율에게 합류하라는 선조의 명(命)에 ‘소신에겐 아직 열 두척의 배가 남아있다’며 330척의 왜군을 상대로 맞서 싸워 끝내 이긴 전설의 해전사(海戰史).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백성과 나라를 살려낸 이순신 장군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적 리더십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군율을 어긴자의 목을 가차 없이 베면서도, 백성을 지키고 나라를 구하는데는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임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우리 사회는 애타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당리당략과 정치적 권모술수만 횡행하고 지도층의 무능과 무기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선조시대에 이순신이라는 영웅이 출현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순신 리더십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소통·행동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구국의 영웅 이순신처럼 난세를 극복할 책임감 강하고 든든한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 경제 불황과 우리나라의 치부와 지도력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세월호 침몰사고와 육군 22사단 임 병장 총기난사,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으로 국민적인 아픔과 분노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배상열 장편소설로 1,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믿기 어렵게도 조정에서는 거의 홀로 나라를 지켜낸 이순신을 제거하려 한다. 이순신이 없을지라도 어렵지 않게 조선이 지켜지리라 믿었던 선조는 이순신을 대신하여 원균을 임명한다. 하지만 원균은 이순신이 피땀으로 양성한 200척이 넘었던 판옥선의 대부분과 무적의 수군을 잃고 행방불명된다. 자기 목숨 구하기에 바쁜 선조는 다시 나라와 백성을 버리고 명나라로 망명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선조와 조정은 이순신을 제거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충신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풀려난 이순신은 이전의 직책을 버리고 백의종군하지만, 고문과 배신감으로 인해 몸과 정신이 만신창이가 된 다음이었다. 조선수군의 전력이라곤 고작 13척. 한 줌도 되지 않는 전력으로 몇 십 배에 달하는 왜군을 무찔러야만 하는 이순신은 일생일대의 결심을 하게 된다.
이 책은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가 없이 그냥 술술 읽힌다. 특히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근래에 와서 이 책만큼 재미있게 읽은 책은 없다.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져야 했던 이순신 장군처럼 나라를 위해 자기 몸을 받칠 수 있는 지도자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