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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죽음 -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존엄함을 잃지 않는 품격이 있는 죽음을 위하여!
나가오 카즈히로 지음, 유은정 옮김 / 한문화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는 매년 약 11만 명의 암 환자가 발생하고 6만 4천 명이 암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으로, 보통의 한국인이 평균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 발병확률은 약 30%다. 10명 중 3명은 암에 걸릴 만큼 암은 한국인에게 흔한 질병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9년 전국 치매 유병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환자 비율(치매 유병률)이 8.6%로 4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7년이 되면 치매 노인은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100세 시대, 고령화 사회의 현실이다.
죽음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 이상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고 무섭다. 그래서일까?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못하다.
이 책은 도쿄의과대학을 졸업한 졸업하고 종합병원에서 11년간 근무한 후, 개업해서 재택의료를 시작한 지 17년간 오전에는 외래진료를, 오후에는 재택요양중인 환자를 왕진하며 종말기 환자들을 돌보는 일본의 동네의사 나가오 박사가 현장에서 겪은 생생한 임종 경험과 환자들의 이야기, 죽음을 방해하는 연명치료의 불편한 진실과 의료현실, 그에 대한 속마음을 숨김없이 털어 놓는다.
사람들은 맛집이나 재테크 정보에 대해서는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연예인의 시시콜콜한 일상은 꿰고 있으면서도 언젠가 맞게 될 죽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저자는 노화마저도 질병으로 둔갑하는 의료 현실에서 삶의 질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고 싶은가?’ 삶의 마지막 순간이 불행하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이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잘 사는 것’에서 나아가 ‘잘 죽는 것’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 중심엔 재택임종이 있다. 과거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죽음을 맞이했으나 오늘날엔 의료발달 및 주거형태 변화 등으로 병원에서 임종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다. 덕분에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회는 늘었지만 한편으론 인간의 품위 있는 죽음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지막까지 차가운 기계와 낯선 의료진들에게 둘러싸여 삶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마저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자연의 순리대로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재택임종이 주목받고 있으나 불과 20여 년 만에 우리는 몸과 마음 모두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말하기를 ‘평온한 죽음’이란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평온하게 숨을 거두는 것이다. 육체적·정신적 고통만 따르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는 것,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함을 잃지 않는 것, 자신의 마지막 삶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나는 노인대학에서 강의할 때마다 ‘구구팔팔이삼사(9988234)’라는 말을 복창한다. 말 그대로“99세까지 88하게 살고, 2~3일간 앓다가 4일 만에 죽자”라는 뜻이다. 평온한 죽음을 맞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