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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음으로부터 배운 것
데이비드 R. 도우 지음, 이아람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죽음을 앞둔 사형수만큼 살아 있음을 갈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도관들이 전하는 사형수의 최후를 들어보면 죽음에 직면한 사람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어느 사형수의 사형 집행을 직접 목격한 교도관으로부터 최후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사형수는 당당했던 법정에서의 최후진술과는 달리 교수형에 처해지기 전 거의 실신상태였다고 한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묵주를 쥐고 죽기를 원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사형수는 몸에 아무것도 지닐 수 없기 때문이었다. 중세 유럽의 수도사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서로 “메멘토 모리”라고 인사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늘 죽음을 기억하는 삶 속에서 자신을 뒤돌아보고, 점검하고, 반성하며 충실하게 살라는 다짐 아니었을까.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자중자애 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이 책은 휴스톤 대학 법률 상담소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사형제도에 반대를 표명하는 국제적인 인물로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들을 위해, 마지막 남은 일말의 가능성을 찾아 가며 법률적 절차를 통해 구명 활동을 펼치고 있는 데이비드 R. 도우 변호사가 강도 사건으로 피소되어 유죄가 확정된 죄수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겪은 사연들을 담았다.
저자는 사형제도에 반대하면서, 미국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텍사스주에서 사형수 전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그야말로 죽을 만한 죄를 지은 사형수를 변호하는 일을 한다. 그 스스로도 왜 그런 사람들을 구하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인간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인간에게 있을까 하는 고민과, 충분히 죄를 뉘우친 사람을 꼭 죽여야만 하는가 하는 고민에 빠지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러나 텍사스주에서 그의 승률은 그리 높지 않고, 변호하던 사형수가 죽어가는 걸 지켜봐야만 한다.
나쁜 짓을 한 사람은 법에 따라 처벌 받아야 한다. 살인은 사람이 저지르는 가장 나쁜 짓 중의 하나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만약 범죄를 저지른 자를 변호하는 행위에 대한 비난이 변호사에게 지불되는 수임료의 크기나 이들이 형사재판절차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문제 삼는 것이라면 이런 문제는 보다 거시적이고 제도적 차원에서 사법개혁의 문제로 다루어져야지 개별 변호사들의 수임에 대한 비난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범죄를 저지른 것이 분명한 흉악범들의 변호를 맡는 변호사들을 보며 우리는 돈에 눈이 멀었다며 혀를 찬다. 물론 돈 때문에 흉악한 범죄자들의 변호를 맡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할 것은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고 그들만의 사연 역시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악다구니를 쓰며 사는 우리 모습이 보인다. 터무니없는 자부심과 거칠 것 없는 욕망으로 남을 괴롭히며 아무렇지 않게 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혹시 우리 안에 감춰진 모습은 아닌지 한 번 쯤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책을 통해서 죽음과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