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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몰랐던 일들
신소현 글.사진 / 팜파스 / 2014년 5월
평점 :
현실은 언제나 외롭고 산다는 게 그리 녹녹치 않다. 삶은 우리가 바라는 생각대로 전개되지 않고 힘든 상황에 부딪친다. 이럴 땐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마음이 가는 곳으로, 발길 닿는 곳으로 혼자 조용히 여행을 떠나고 싶다.
매년 8월이 다가오면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에 빠져든다. 지금까지 사이판, 괌, 푸켓, 보라카이 등 휴양지 위주로 여행을 다녀온 나에겐 세부만큼 편안한 곳도 드물었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다는 세부를 추억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가족단위 여행객이 유난히 많은 그곳 세부에서 지낸 시간들은 편안함과 휴식 그 자체였다.
이 책은 어렸을 때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었고, 한때는 스튜어디스가 될 뻔도 했고,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기도 했으며, 도쿄에서 공부하고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살다가 귀국한 후 사진을 찍고 일본어 번역을 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신소현 작가가 세계의 곳곳을 여행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은 조금은 쓸쓸하지만 잔잔하면서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여행에세이다. 작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로 나누어서 소소한 일상과 여행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 ‘네잎클로버 찾기가 취미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하찮아 보이는 물건일 수 있지만, 네잎클로버를 찾아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그 사람에게는 네잎클로버를 찾는 시간은 행복하고, 그것을 전하면서 행복을 함께 전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것 말고는 줄 것이 없어요!” 네잎클로버를 찾는 사람처럼, 행복은 일부러 허리를 숙이고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찾은 행복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이 책에서 작가는 “낯선 곳에서 버스정류장을 찾아 20킬로 미터나 되는 거리를 걸으며 이곳에 괜히 왔다는 후회를 하더라도 혼자서 절대로 식당에 들어가지 못하면서도 혼자만의 여행을 하는 시간은 필요한 것이다. 돌아갈 곳이 있음에 안도하고 혼자만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밥 한번 먹자는 약속을 즐기는 나를 어느 듯 발견하게 된다.”(p.20)고 말했다.
작가는 “우리는 필요한 시간을 살고 있다. 때로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그 시간도 우리에게는 필요한 시간이다. 그리고 나에게 ‘여행’을 선물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어디든 가야 할 시간이, 그 순간이 또 찾아왔다.”고 한다. 나만이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 아픔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작가의 솔직 담백한 글과 한 폭의 그림 같은 사진들이 빼곡히 들어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어떤 책들은 읽다가 보면 지루함을 느끼다가 읽는 것을 포기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은 그냥 술술 넘어간다.
지금 주어진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못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주어진 삶에 만족을 느끼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이 책의 작가라고 말할 수 있다.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