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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잔혹사 - 도난과 추적, 회수, 그리고 끝내 사라진 그림들
샌디 네언 지음, 최규은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미술품 도난사고는 지금도 세계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술품 도난사건 중에서 가장 충격을 준 사건을 꼽는다면 1911년 루브르 미술관에서의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모나리자’ 도난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파리 루브르에 당연히 걸려있어야 할 모나리자가 벽에 없는 것을 발견하고 관람객이 바로 경비에게 알렸으나 경비원들은 도둑맞았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비워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 후 모나리자 도둑은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그 그림을 팔려다가 붙잡히게 된다. 절도범은 루브르 박물관에 근무했던 경력이 있었던 빈센초 페루자라는 사람이었다. 나폴레옹이 과거에 이탈리아를 침략하여 미술품을 노략질해간 것을 복수하기 위해 모나리자를 프랑스 루브르에서 빼내 이탈리아로 복귀시키려 했다는 것이 그의 변명이었다.
또한 1994년 2월12일 오슬로에 위치한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에 있던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 ‘절규’가 도난당했다. 이른 아침 사다리를 타고 미술관 2층으로 올라온 2인조 강도는 “형편없는 보안 상태에 감사할 뿐입니다”라는 엽서까지 남겼다.
1994년 7월28일 첨단 보안장치가 가동되는 독일의 한 미술관에서는 무려 400억원 상당의 윌리엄 터너 작품 두 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후 장장 7년에 걸친 추적과 협상을 통해 그림은 현재 소장처인 테이트 미술관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범인들에게 돈을 주고 그림을 되샀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책은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관장인 저자 샌디 네언이 테이트 미술관의 프로그램 기획부장으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터너 작품 회수를 위해 중심 역할을 했던 그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7년간의 추적과 회수의 전말을 공개하고 있다. 특히 영화 속에서 보았던 세기의 미술품 도난사건에 대해 누가 어떤 방법으로 훔쳤는지 또한 그것을 되파는지 등 사례별로 상세히 설명한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사라진 그림과 회수작전’에서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사라진 터너의 유증작을 찾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2부 ‘도둑맞은 그림들’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미술품 절도의 역사와 관련된 사안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작품 전시가 절도범에게 범행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관심을 끄는 내막을 살펴보는 한편, 장기간에 걸친 협상이 작품 회수라는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위에 대해서도 논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가의 예술품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비교적 낭만적 태도를 보이는 언론 매체와 영화, TV 드라마에 대해 비판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미술품 범죄가 단순히 돈을 노린 악질 범죄자들의 소행이었지만 최근에는 지하 세계의 마약 거래와 불법 자금 세탁 등에 이용되며 복잡한 범죄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미술품 절도 범죄는 특유의 매력과 대담성 때문에 대중과 언론 매체로부터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과연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대중의 관심으로 치부하고 넘길 수 있는 문제인지, 이 책의 저자는 진지한 의문을 던진다.
이 책은 미술계의 뒷이야기와 함께 도난 작품의 추적 과정을 실감나게 그려냄으로써 미술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즐거움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