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늦복 터졌다 - 아들과 어머니, 그리고 며느리가 함께 쓴 사람 사는 이야기
이은영 지음, 김용택 엮음, 박덕성 구술 / 푸른숲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IMF이후 평생 직장이란 개념이 점차 사라지면서 월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서열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와 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후준비, 은퇴설계가 30~40대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조기 퇴직과 고령화로 인해 샐러리맨들의 노후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후를 행복하게 보내려면 돈, 친구, 취미활동, 건강과 같은 요인이 충족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식 도움 없이 실버타운에서 편히 생활하면서 여행과 취미생활을 즐기는 노인들이 얼마나 될까?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나이가 들어도 손주를 보거나 자식들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것이 대다수 노인들의 현실이다.

 

이 책은 섬진강 시인김용택과 그의 아내 이은영 씨, 그리고 시인의 모친인 박덕성 할머니가 함께 쓴 책으로 할머니가 구술하면 며느리가 받아 적었다고 한다.

 

책은 고부 관계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보통의 노인이 보낼 수 있는 가장 풍성한 노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행복한 노년의 조건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여든이 넘어 병원으로 보내진 박덕성 씨가 바느질을 시작하고 한글을 깨치며 건강과 삶의 활력을 되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노인을 무기력하고, 죽을 때까지 책임져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 <나는 참 늦복 터졌다>가 세상에 나오게 된 사연이 참 재미있고 눈물겹다. 단순한 노인네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부모들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머니 생각에 울음을 삼켰다. 어머니는 평생을 고향에서 농사일을 하신다.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 추석을 맞아 고향 집에 내려오면 어머님은 고추, 참깨, 고구마 등등 그동안 애써 가꾼 농산물을 바리바리 차에 실어주면서 흐뭇해하신다.

 

인생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요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우리 사회의 노후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정부도 지자체도 다양한 노인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요양원이 늘어나고 보호시설이 첨단이라고 열을 올린다. 하지만 종일 주는 밥만 먹고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다 죽음을 맞아야 하는 수많은 우리 부모들의 참담함은 어떻게 다 설명할 것인가. 이 책을 읽고 나면 노인들의 자존감을 찾아주는 것. 내가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찾아주는 것이 진정한 노인복지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김용택 시인은 늙어서 거동이 불편해지면 자식이 부양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식이 반드시 부모를 책임질 필요는 없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으니 어머니는 혼자 사는 게 맞고 내 아내는 나와 함께 사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혼자된 부모를 자식들이 끝까지 돌보아야 하고 나이 든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을 불효라 여기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효 사상이 옳기만 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여든 일곱의 나이에 한글을 깨치고 수를 놓으며 건강과 생기를 회복한 박덕성 할머니와 김용택 부부의 인생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함을 알게 해 주었으며, 노후를 행복하게 살아야 된다는 핑계로 돈 모으기에만 급급한 나에게 늦복을 누리는 것이 참 행복임을 깨달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