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어 그릴스의 서바이벌 스토리
베어 그릴스 지음, 하윤나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도 어느 새 한 달이 훌쩍 넘어갔다. 우리는 비통한 마음으로 참사를 지켜보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 시화공단 대형화재, 장성 요양병원 화재 등 여러 가지 대형사건 등으로 뒤숭숭한 이 시기에 인간의 ‘생존’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은 바로 <서바이벌 스토리>라는 책이다.
이 책은 영국육군공수특전단(SAS)에서 군복무를 하고, 지구 최고의 생존 전문가이며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입니다”라는 유행어와 함께 각종 오지에서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생존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미국 다큐멘터리 방송 디스커버리 채널 ‘인간과 자연의 대결’의 진행자이기도 한 베어 그릴스가 극지, 사막, 바다, 정글 등 인간이 도저히 생존할 수 없는 곳에서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가 생존해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이드보다 한 차원 더 들어가서 인간의 생존 욕구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최근 영화로도 개봉된 ‘127시간’과 ‘론 서바이버’등의 유명한 이야기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25가지가 섞여 있다.
이 책의 1장, 난도 파라도 ‘인육의 맛’에는 충격적인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안데스 산맥에서비행기 사고로 15명이 죽었고, 살아남은 생존자들 중 일부는 사체에서 인육을 먹으면서 생명을 유지하여 결국 구조를 받을 수 있었다. 인육을 먹는다는 것은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극한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당사자들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그들 자신 역시 살아남지 못하고 죽는다면 동료들의 생존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줄 수 있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존자들이 보여준 용기와 대처능력은 실로 경이롭다.
한 사내는 계곡 사이에 팔이 끼어 127시간 고립되었다가 자신의 팔을 잘라 생존한다. 어떤 군인은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했다가 최악의 잔전 실패로 혼자 유일하게 살아 남는다. 한 소년은 생명이라곤 없는 안데스 고산 지대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했다가, 희생자의 인육을 먹으며 무려 70일 넘게 생존하다가 구조된다.
미국의 등산가 아론 랄스턴은 유타 주의 한 협곡지대에서 사고로 떨어진 바위와 협곡의 벽 사이에 팔이 끼는 조난을 당한다. 그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한 그의 127시간의 사투가 시작된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는 계곡 모래벽에 무뎌진 칼로 자신의 생년월일과 죽는 날짜를 새겨 넣고 가족에게 남길 유언을 비디오카메라에 담았다. “이제 팔은 영혼을 담는 그릇의 한 작은 파편에 불과했다.” 푸른 하늘, 푸른 숲,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자유로이 살아갈 기쁨에 비하면 팔 하나쯤 없는 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탈레반 지도자 체포를 위해 투입됐다가 부대원을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은 미국 해병대원 마커스 러트렐 등 이미 영화로도 제작된 이런 이야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저자는 삶에 대한 숭고한 기개라고 한다. 이 책은, 어쩌면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해 죄스러움을 느껴야 하는 요즘 세상에서 인간과 생존에 대한 용기를 준다. 이 책을 읽고 각박한 세상에서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