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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사라진 세상 - 인간과 종교의 한계와 가능성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
로널드 드워킨 지음, 김성훈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종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웃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종교는 개인과 집단의 번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였으며, 자신의 종교만이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는 자기중심주의의 위기를 앓고 있을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위상이 추락하였다.
원래 사람의 마음과 정신은 인생의 원동력으로서 과학이나 의학으로 다룰 수 없는 비물질 기관이다. 인간은 창조로부터 영혼이 그 주체가 되었기 때문에 영혼의 만족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세상을 추구하며 살아가게 되었는데, 그 주체 곧 영혼을 만족시키는 것이 바로 종교의 역할이다.
종교마다 다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모든 종교마다 자기의 신학적 교리와 이념과 철학을 갖고 있어 사람의 영혼을 충족시키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덕과 윤리적 조화 속에서 현세와 내세의 복락을 추구하게 된다.
그런데 세상이 복잡해지고 각 종교마다 기본 원리를 벗어난 이단들이 나타나 현세의 축복을 빌미로 백성들을 미혹시켜 사람들로 자기중심적 본능대로 살도록 부추기게 되었다. 그래서 이 시대의 종교는 광신주의냐 의식주의냐 둘러 양립하고 말았다.
이 책은 시대를 대표한 자유주의 사상가이자 영미 법철학계의 거목인 저자 로널드 드워킨이 남긴 마지막 유작으로 2011년 스위스 베른 대학교에서 ‘아인슈타인의 숭배’ ‘믿음과 물리학’ ‘신 없는 종교’라는 세 가지 주제로 발표한 강의에서 영감을 받아 쓴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종교란 우리가 믿는 초자연적인 존재, 즉 ‘신’이라는 개념이 아니다. 저자는 “종교란 인간 개인의 삶을 초월적이고 객관적인 가치와 연결함으로써 좀 더 심오한 존재론적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라고 정의했다. 무신론자인 그가 말하는 종교란 우리 삶의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해답을 내놓는 일련의 과정인 셈이다. 유신론자 중에서도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웃에 눈과 귀를 막고 신에게만 매달리는 것은 우상숭배에 불과하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이해, 그리고 자비가 없다면 그것은 허울뿐인 종교임에 분명하다.
인간의 영혼을 구원할 책임을 가진 종교들은 현세의 축복이라는 기복 종교로 탈바꿈하여 수많은 프로그램을 통하여 사람들 모으기에 앞장서고 그들로부터 재물을 모으기에 급급하다. 이미 그들의 도가 넘쳐 각 종교계마다 음행과 간음과 도박과 사기 행각이 넘쳐 나고 있다. 이런 세태에서 사람들의 삶은 점점 힘들어지고 복잡해져 살기 위한 투쟁 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범죄들이 발생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가난과 맞서 싸우라. 불평등에 무감각한 사회에는 결코 평화와 행복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평등에 눈 감지 않으면서 종교의 역할을 다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이 종교인과 비종교인 양자간의 간극을 넘어서게 해줄 작은 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종교적 갈등이 치유되고 우리 사회가 화합하는데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