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이 없다는 것
천정근 지음 / 케포이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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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관심과 연민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관심이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신경을 쓰거나 주의를 기울임. 또는 그런 마음이나 주의란 뜻이고, ‘연민가엾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리킨다. 관심과 연민은 마음을 두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해본다면 관심과 연민은 서로에게 마음을 두는 것 그 이상으로 서로에게 책임감을 느끼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서로 그물처럼 연결돼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관심과 연민이 없다면 서로에 대한 책임감과 세상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욱 더 삭막하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이 책은 러시아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후에 합동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천정근이 연민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유롭게 그때그때 써 내려간 글을 모은 것이다. 스스로를 힐링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노력을 하는 대신 자신을 '긍정'으로 포장하는 시대에 다시금 연민과 고통의 연대를 불러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교황 프란치스코 1세를 생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박한 행보와 세상의 불의에 대한 단호한 태도들은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종교를 초월해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숙고해보고 반성해야 될 문제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교황은 오늘날 추위에 숨진 노숙자나 먹지 못해 굶는 아이들은 뉴스거리도 아니다라며 이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내 가슴이 찢어 진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는 교황의 직언 속에는 세상을 향한 부드러운 관심과 연민이 담겨져 있음을 느낀다.

 

관심과 연민, 현대 사회의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의 해답인 것 같다. 오늘도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소식들과 각종 범죄에 대한 소식들을 접한다. 당장은 애석해하고 분노하지만 우리는 쉽게 잊고 또 무감각해진다. 망각과 무관심 속에 우리 사회는, 아니 우리 자신은 더욱더 병들어 가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누군가의 고통에 연민을 가지는 것만이 우리 사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청년시절 절망의 나락에서 더 이상 살아봤자 희망이 없던 때 누군가에게 위로받았던 이야기를 통해 고통의 연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통받는 사람이 고통받는 사람에게 주는 위안과 위로는 곧 자기 자신에게도 돌아온다. 이처럼 우리의 고통은 서로를 구원해주지는 못해도 상대를 위로하고 또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의 연대야말로 고통을 이겨내고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으로 승화될 수 있다. 진지한 고통 대신 가벼운 힐링이 난무하는 시대에 고통에 직면하는 것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은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추운 겨울날의 따스한 함박눈이 될 것이다.

 

저자는 죽어가는 한 마리 개의 최후를 지켜보면서 한 손으로 개의 등줄기를 쓰다듬으며, 한 손으로 까부라져 가는 개의 머리를 받치고, 그 진물에 젖어서 흐릿해져 가는 슬픈 눈을 말할 수 없는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렸다”(P.225)고 한다.

 

이 책은 수필처럼 생활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한 것이므로 누가 읽어도 공감을 할 수 있기에 산책하듯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연민의 정이 없는 현대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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