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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 우울증 - 나는 이런 결혼을 꿈꾸지 않았다
김병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요즘 우울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우울증은 나이, 경제문제와는 상관없이 찾아온다. 어느 분은 10여 년 전에 남편과 이혼을 하고 아들딸을 키우면서 살아왔는데 이제 아들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들어온단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있으려면 무섭기도 하고 내가 무엇 때문에 사느냐며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가끔 ‘죽고 싶다’, ‘술을 마시고 싶다’ 하면서 전화를 걸어온다. 그럴 때 ‘무슨 말로 위로를 해주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
이 책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가 쓴 책으로 남들이 보기에는 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하고 혼자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내들과 어머니들을 위해 심리적으로 문제를 치유해주기 위해 다양한 경험담을 기록했다. 이러한 책을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상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텐데.. 지금이라도 이런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할일이다.
‘우울증’이란 기분이 슬프고 우울해 고통스러운 데다, 자기 자신이 살 가치가 없다고 느끼며, 죽고 싶은 심정 외에 사는 재미를 느끼지 못 하는 것인데, 요즈음 정신없이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한 사모님들에게 많이 찾아온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이젠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시기에 우울증이 찾아온다.
지금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넉넉한 생활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귀찮고 허전한 생각이 들고 그래서 친한 친구나 가까운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당신이 뭐가 아쉬워서 우울한 거야! 당신처럼 편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우울하다는 거야?”라는 말을 듣는다. 저자는 이런 말 한마디가 사람을 진짜 아프게 만든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은데’ 위로받기는커녕 아픔마저 이해 받지 못할 때는 더욱 우울해진다.
이 책에 보면 남편의 이중생활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흉터가 지워지지 않아 나무처럼 딱딱하게 변해버린, 그래서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는 사모님, 남편의 운전기사 역할을 하다가 공황장애로 고통스러워 하는 사모님, 차라리 남편이 바람이라도 피우는 사람이라면 내 마음이 훨씬 편할 것 같다는 남편의 완벽증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모님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다가 보면 고개가 끄떡여 진다.
이 책에 있는 25가지 이야기는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연들이다. 어머니가 겪으면서 살아왔던 이야기이며,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야기들이기에 공감이 가고 책을 읽는 것만으로 마음의 상처가 치료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모님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그림으로 설명하면서 그림으로 위로한다. 그림을 감상하면서 책을 읽다가 보면 지루하지도 않고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는 사모님들과 우울증으로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가족들이 이 책을 읽으면 위로가 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