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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1 ㅣ 기황후 1
장영철.정경순 지음 / 마음의숲 / 2013년 10월
평점 :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기황후를 보려고 집으로 서둘러 온다. 때로는 남편과 말다툼을 하기도 한다. 남편은 다른 프로를 보자고 리모컨을 빼앗기도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여기에서는 물러설 수가 없다.
이번에 ‘마음의 숲’에서 실시한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예쁜 책 두 권을 받았다. 책을 받자 마자 바로 읽기 시작했다. 책 표지에 예쁜 여인의 그림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책을 읽다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재미가 쏠쏠하다.
이 소설은 ‘마음의 숲’에서 출간되었는데 드라마의 극본을 맡은 장영철, 정경순 작가가 직접 집필한 작품으로 드라마 [기황후]의 원작이다. 장영철, 정경순 작가는 ‘대조영’을 통해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두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오랜 기간 치밀한 자료 조사와 고증을 거쳐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장영철 작가는 이 책의 ‘작가의 말’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된 역사왜곡 사건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역사적 사실은 활발한 연구를 통해 역사학자들이 찾아낼 것이다. 앙상한 뼈대와 빈약한 살점에 스토리를 입히고 생기를 불어넣어 21세기에 요구되는 기황후를 재현해 내는 이번 작업에 형벌과도 같은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7쪽)
기황후는 칭기즈칸이 이룩한 거대 왕국 대원제국의 37년 역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매력적이고 현명한 고려 출신 황후다. 낯선 이국의 황실에서 고려의 자긍심을 지키며 정치적 이상을 실현해 나간 여인이기도 하다.
‘기황후’는 여자로 태어난다는 것이 원죄와도 같았던 시절, 어린 양이(기황후)는 공녀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어릴 때 남장을 하고 자라났다. 그러던 중 원나라 황태제 타환(순제)이 대청도로 유배를 오게 되어 양이는 타환의 시종이 되어 수발을 들게 되었다. 고려의 친원파 세력인 왕고와 경화공주의 음모로 대청도는 불바다가 되고, 양이는 홀로 타환을 보필하며 개경으로 도망을 치게 된다. 하지만 믿었던 타환의 배신으로 양이의 아버지 기자오는 처참한 죽음을 당하게 되고, 그녀 역시 여자임이 밝혀지면서 결국 공녀로 끌려가게 된다. 공녀로 끌려가는 원행 길에는 폐위를 당한 고려의 왕 충혜왕도 함께였다. 기지 넘치는 양이의 모습에 호감을 갖고 있던 충혜왕은 왕고에게 겁탈당할 뻔한 양이를 구했고, 그들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 갔다. 그리고 양이는 충혜왕의 아이를 갖게 된다.
비밀을 숨긴 채로 순제의 후궁 현빈 박씨의 밑에서 일하던 양이는 원나라 황제가 된 타환(순제)을 만나게 되고, 복수하기로 마음을 먹고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한편 권신 연철과 그 딸 타나실리 황후의 음모로 현빈 박씨와 양이는 궁 밖으로 쫒겨 나게 되었는데, 도망을 치던 중 발각되어 현빈 박씨가 양이를 구해준다. 산천을 헤매던 양이는 우연히 고려로 돌아갈 기회를 잡는다. 그러나 양이는 고향으로 가는 대신 발길을 원나라 황실로 돌렸다. 고려로 돌아가 화냥년 소리를 들으며 구차한 삶을 연명하느니 자신과 같은 가엾은 고려인들의 운명의 사슬을 끊어 내는 것이 그녀에게는 더욱 중요하고 절실했던 것이다.
공녀에서 황후가 된 그녀의 이야기에는 고려의 아픈 역사가 있고 민초들의 슬픈 사연들이 있다. 여기에 기황후를 사이에 둔 고려의 국왕(충혜왕)과 원나라 황제(순제)의 사랑이 때로는 가슴 떨리게, 때로는 서슬 퍼렇게 흐른다. 또한 권력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 시기와 질투뿐 아니라 한 여자의 눈물과 분노, 좌절, 희열과 승리의 서사시가 펼쳐진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는 흥미와 재미를 더해 준다.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가 황후로 우뚝 서기까지 한 여인을 둘러싼 좌절과 기쁨,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올 겨울을 따뜻하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