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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정요, 부족함을 안다는 것 ㅣ Wisdom Classic 10
신동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오랜 중국사에 수많은 왕조가 나타났다 사라졌지만, 그 중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왕조는 당이다. “한족의 왕조”라는 정체성이 있고, 송나라 못지않은 문물을 이룩한 데다 명나라 이상의 국위를 떨쳐, 당시 이슬람제국과 함께 세계 2대 초강대국으로 군림했던 왕조가 당이기 때문이다.
그런 당나라를 만든 주인공이 다름 아닌 태종이다. 당의 건국 과정에서 일등공신이 되었고, 장자를 세워야 한다는 명분에 밀려 황태자 자리를 형 이건성에게 빼앗기자 형과 동생 이원길을 죽이고 부왕을 위협하여 황제 자리를 쟁취했다. 그러나 그가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군주”로 곧잘 평가되는 이유는 그런 과정을 거쳤을지언정 훌륭한 정치를 폈기 때문이다.
28세라는 한창 나이에 천하의 주인이 되었으니 마음을 턱 놓고 권력과 사치에 잠길 만도 하건만, 태종은 반대로 근검절약을 생활화하고 황족과 대신들도 이를 본받도록 했다. 또 사람 쓰는 일에 신중했고 교묘했다. 한고조나 명태조는 천하를 손에 넣기까지 함께 애써온 개국공신들을 남김없이 숙청해서 그들이 황실을 위협하지 못하게 했다. 반대로 조선의 세조는 공신들을 극진히 대접하다가 훈구파들이 좌지우지하는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당태종은 공신들을 변함없이 존중하는 한편, 문벌은 약해도 실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계속 발굴해서 원로 공신들과 균형을 맞췄다.
이 책은 고전연구가이자 평론가인 신동준 21세기 정경연구소장이 ‘정관정요’의 내용 가운데 당태종의 통치술·인재활용술에 관련된 대목을 간추린 책이다. 저자는 당태종의 리더십을 ‘나라를 세울 때의 리더십’과 ‘나라를 다스릴 때의 리더십’으로 구분해 살폈다. 결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던 당 태종이 리더로서 아랫사람의 직언을 받아들이고, 적이라도 인재를 수용하고 교만과 자만을 경계하는 마음가짐 등을 이야기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정관정요를 즐겨 읽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관정요’를 제대로 읽고 이를 체화(體化)했다면 ‘대통령 박근혜’를 믿어도 좋을 것이다.
당태종의 가장 탁월한 리더십은 역시 겸손함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과감히 받아들이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고 위징·방현령 등 자신의 부족함을 비춰줄 거울 같은 스승과 신하를 곁에 두고 천하를 다스렸기 때문에 그가 통치했던 24년(626~649년) 동안 당나라는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국 역대 왕조 가운데 자신의 부족함을 직시한 황제는 당태종이 거의 유일했다고 밝힌다. ‘정관정요, 부족함을 안다는 것’은 그의 이러한 남다른 덕목을 ‘정관정요’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정관정요’의 다양한 일화는 명신들이 당 태종을 도와 정관지치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엿볼 수 있음으로 오늘날 리더라면 필히 읽어봄직 한 책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가르침은 비단 정치와 경영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 관계와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면서 더욱 성공적인 위치에 서기를 바라는 개인에게도 인생의 철학과 지표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