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함께 사는 법

적과 함께 사는 법 - 오늘을 살리는 과거 청산의 현대사
김지방 지음 / 이야기나무 / 2013년 10월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 돼 있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사를 제대로 가르치고 역사실력을 학력평가에 반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한민국에서는 지금도 역사 전쟁이 진행중이다. 한 쪽에선 상대방을 친일파와 군부독재의 앞잡이라고 부르고, 맞은편에선 그들을 빨갱이를 추종하는 종북 좌파라고 매도한다. 서로 대결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역사가 아니라, 이해와 화합을 빚어내는 역사는 언제쯤 가능할까?

이 책은 국민일보 김지방 기자가 ‘역사는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깨고 마치 소설책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역사를 재밌는 이야기로 엮어나간다. 과거청산에 대한 현대사 7가지 이야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지속될 적과의 관계를 동지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의 제목 <적과 함께 사는 법>을 보았을 때, 어떻게 적과 함께 살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생각했다. 나의 가족이나 친지들을 죽이고, 나를 살해하고자 했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한평생 같이 살자고 했던 부부간에도 때로는 원수가 되어 갈라지는 판에 어떻게 적과 함께 살 수 있을까? 과연 용서와 화해가 가능할까?

우리 대한민국은 좌우,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사가 있다.

이 책에는 과거청산의 현대사 7편을 다루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 갈등 청산, 캄보디아의 좌파 독재 청산, 아르헨티나의 우파 군사정권 청산, 프랑스의 제2차세계대전 나치 부역자 청산, 미국의 흑인 차별 역사 청산, 한국의 여수·순천사건과 5·18광주 민주화운동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으며 마틴루터 킹 목사의 설교를 통하여 많은 감동을 받았다. “왜 우리가 적들을 사랑해야 합니까. 미움에 미움으로 답하는 것은 미움을 더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별들이 사라진 밤에 깊은 어둠을 더하기 때문입니다. 어둠은 어둠을 몰아낼 수 없습니다. 빛으로만 가능합니다. 미움이 미움을 몰아낼 수 없습니다. 사랑으로만 가능합니다. 증오는 증오를 낳고, 폭력은 폭력을 더하며 냉정은 냉정을 불러옵니다. 파괴의 소용돌이 안으로 끌려갑니다.”(p.352)라고 했다.

역사의 고통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증오심과 복수심이 아니라 합리적 비판과 성찰을 얻기 위해, 화해와 공존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수도의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이 역사학자는 물론 근,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