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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구약 성경에 보면 하나님의 분부를 받는 선지자 요나가 나온다. 죄에 물든 도시 니느웨에 가서 대신 경고를 하라는 분부였다. 하지만 요나는 하나님이 자기를 찾지 못하도록 배를 타고 달아난다. 바다에는 폭풍이 몰아쳤다. 사람들은 폭풍의 파도를 가라앉힐 희생양을 뽑기위해 제비뽑기 통을 내밀자 요나가 뽑혔다.
요나는 바다에 던져졌지만 곧장 죽지는 않았다. 고래한테 삼켜져서 사흘 밤낮을 캄캄한 뱃속에 갇혀 지냈다. 고래는 그런 후에 요나를 해변에 뱉어낸다. 하나님이 고래를 보냈지만, 요나가 고래 밥이 되라는 게 아니었다. 물에 빠져 죽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책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전후해서 전쟁 특파원으로 일했고, 오랫동안 일간지에서 문학·영화사건 기자로 일하며 세상의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온 권기태 작가가 기자 시절 짧은 기사글 속에서는 미처 담아내지 못했던 진정한 세상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으로 평범하게 살아오다가 불시에 찾아온 죽음의 위기를 극복한 열두 사람의 감동적인 생존 기록을 담은 것이다.
열두 명의 생존자들은 해발 7000m의 바위 절벽과 눈구덩이에서 한발짝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탈진했으면서도 낙오한 후배를 구하기 위해 다시 온 길을 되짚어가는 산악인, 1993년 전북 부안의 격포 앞바다에서 침몰한 서해 훼리호를 탔다가 죽음의 고비를 넘긴 공무원, 외국인 아내와 첫 여행을 떠난 보험 세일즈맨, 선상 실습에 나선 여학생, 산사태에 묻힌 뒤 급류에 떠내려 가다 가까스로 생명을 건진 전직 고속버스 운전기사. 흔들리던 10대 시절, 한강에 뛰어내렸다가 극적으로 생환한 뒤 신인왕전을 치르는 프로복서, 배가 침몰한 뒤 차가운 겨울 바다에 뛰어들며 튜브를 양보한 20대 실습 항해사 등 평범한 일상을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이들 모두는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삶의 길로 다시 초대받게 한 힘은 생존을 향한 강렬한 열망이었다. “캄캄하게 흘러가는 그 모진 시간 속에서도”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집중했다. “죽음을 유예시키는 것은 기도가 아니라 깨어있는 의식”이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은 아름다운 인간미를 볼 수 있다.
“일 분 후에도 내가 여전히 살아 있을 수만 있다면…” 하는 절박함이 죽음 앞에서 비로소 살아있음에 대한 존재론을 깨닫게 한 것이다. 고통의 극점을 경험했던 이들은 더욱 겸손한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은 한번 손에 잡으면 쉽게 놓아지지 않는다. 전화를 받는 시간도,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
책의 뒷 표지에 적힌 작가 이윤기씨의 짧은 소감문을 보면 “두 번 읽었다. 한 번은 미친 듯이, 한 번은 찬찬히. 죽음을 유예시키는 것은 기도가 아니라 깨어 있는 의식이라는 것을, 비슷한 과거가 있는 나는 이 책에서 다시 확인했다.”고 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데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과 그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다. 세네카가 한 말대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는 데 한평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