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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심리학 - 나도 몰랐던 또 다른 나와의 만남
아네테 쉐퍼 지음, 장혜경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사람은 누구나 아끼는 물건이 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이름 모를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 각양각색 고운 빛깔의 색종이를 애지중지하기도 한다. 좀 더 자란 뒤에는 생일 선물로 받은 자전거나 운동화, 스마트한 세대답게 각종 전자 기기를 애장품 리스트에 올리기도 한다. 나이를 더 먹게 되면 높아진 경제력을 반증하듯 값비싼 물건이 애장품 반열에 오르거나, 반대로 돈으로 살 수 없는 추억이 깃든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기도 한다.
살아온 시간이 쌓일수록 사람들이 아끼는 물건은 다양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이유와 상황도 너무나 많아진다. 어떤 물건은 없어져도 없어졌는지조차 모르는 물건도 있지만 특별히 아끼는 물건들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결혼반지를 잃어버렸을 때의 슬픔은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모두 다르다.
이 책은 15년 이상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며 심리학과 경제학 분야의 글을 쓰고 있으며 ‘창조적 파괴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경제학자 슘페터의 전기를 출간한 아네테 쉐퍼가 사물이 갖는 의미를 심리학적으로 고찰해 나이와 성별에 따라 물건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소유와 절제의 제한선과 상관관계는 어떠한지, 행복한 삶을 위해 사물을 대해야 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사람과 물건의 관계에 숨겨진 다양한 측면들을 파헤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물은 자아의 표현일 뿐 아니라 자아의 일부이다”라고 주장한다. 사물이 삶에서 갖는 의미에 체계적으로 접근하면서 미처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의식 너머까지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사물은 삶도 변화시킬 수 있다. 삶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고 싶다면 물질적 소유와 작별을 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숙자들조차도 특별히 가슴에 담아 둔 물건이 있다. 오히려 험난하고 가혹한 삶일수록 소중한 물건에서 정체성과 지속성, 희망을 얻는다. 물건이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떤 물건이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다. 물건이 자신에게 얼마나 심오하고 중요한지는 개인이 스스로 밝혀야 할 몫이다.
저자는 물건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 물건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 자세하게 조언해준다. 사람들은 많은 물건을 소유할수록 행복해질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행복과 소유물과의 비례 도는 제한선이 있다. 저자는 가진 것 중 가장 아끼는 물건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소비재보다는 경제적 가치가 별로 없는 낡은 앨범, 오래된 가방, 아이들의 그림 등이 많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가진 것을 소중히 하고 욕심을 조절하는 것이 소유물에 대한 올바른 태도”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물은 자아의 표현일 뿐 아니라 자아의 일부이다. 내면의 세상과 물질의 세상 사이에는 공간적인 관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어떤 물건을 갖게 되면 물질적 자아가 확장되고, 물건을 잃으면 물질적 자아도 축소된다.”(p.44)고 했다.
나 역시 물건을 무조건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 중에 많은 책이 있다. 이제는 읽지 않고 책장에 꽂아둔 책부터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