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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장미여관으로 - 개정판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3년 9월
평점 :
마광수 교수 하면 영원한 성문학의 거대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마광수 교수의 대표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가 영화로 나와 작가 마광수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유신통치와 군사독재 등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현대사 속에 경직된 문화풍토는 어느새 가식에 갇혀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고 허구와 사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그런 경직된 엄숙주의에 따른 경건주의와 도덕주의에 맞서 마광수 교수는 거침없이 문학적 칼질을 했는데 그것이 1989년에 발표한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와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였다.
하지만 이 책들은 음란소설로 규정되고 마광수 교수는 검찰에 의해 ‘음란문서유포죄’로 전격 구속되는 해프닝을 겪게 된다. 그는 교수의 자질까지 의심받게 되어 결국 당시 재직 중인 연세대에서 면직조치까지 당하게 되었다.
이 시집은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죽어도 ‘나이값’은 안 하겠다는, 그래서 마음만은 언제나 ‘야한 상태’로 있겠다는 괴짜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대학 교수. 그리고 항상 자유인으로 살아가며 ‘이중적 위선’에 맞서 싸우는 문화운동가인 마광수 교수의 대표적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마광수 교수는 시로써 문학생활을 시작했고, 발표한 시를 바탕으로 그것을 산문화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마광수 교수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나 <사랑받지 못하여>, <왜 나는 순수한 민주주의에 몰두하지 못할까> 같은 에세이집 제목도 먼저 쓴 시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이 시집에 실려 있는 작품들은 마광수 교수의 정신세계의 응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시집을 손에 들고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에 ‘야한’ 시들로 가득찬 시집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마광수 교수를 ‘시대를 너무 앞서간 로맨티스트’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가 당시 발표했던 책 속에서 문제시 되었던 여성이 주체가 되는 프리섹스는 그 자체가 음란하다고 지적 받을 만큼 특별한 이슈거리도 못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마광수와 그가 남긴 작품들은 여전히 음란한 교수가 남긴 빨간책이라는 딱지가 붙은 채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마광수 교수는 초판 서문에서 “장미여관’은 내 상상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여관이다. 장미여관은 내게 있어 두 가지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나그네의 여정(旅程)과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여관이다. 우리는 잡다한 현실을 떠나 어디론가 홀가분하게 탈출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살아간다. 나의 정체를 숨긴 채 일시적으로나마 모든 체면과 윤리와 의무들로부터 해방되어 안주하고 싶은 곳―그곳이 바로 장미여관이다. 또 다른 하나는 ‘러브호텔’로서의 장미여관. 붉은 네온사인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곳, 비밀스런 사랑의 전율이 꿈틀대는 도시인의 휴식공간이다.”(p.8)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이 선 시집이 단지 ‘외설스런 시집의 대명사’로만 잘못 알려진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시집을 통해서 마광수 교수에 대해 무조건 ‘야한 교수’로 비판하는 사람들의 편견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