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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아버지 - 세상의 모든 아버지에게 바치는 감사의 글
신현락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지금도 아버지는 고향 산골에서 산길을 오르내리며 소먹이 풀을 베고 쌀, 고추, 깨, 고구마 농사를 하고 계신다. 가난했지만 행복했고, 부족했지만 넉넉했고,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부모님과 함께 살던 유년시절이 오늘따라 더욱 그립다. 그 삶을 내던지고 서울에 올라와서 밤마다 달을 보며 참 많이도 울었다.
지금도 연세가 많은 부모님은 몸이 불편하신데도 농사일을 하신다. 이젠 그만 하시고 편히 지내시라고 말씀드리면 “건강을 위해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하시면서 “너희들에게 주는 재미로 일을 한다.”고 하시며, 농사일을 해서 때때로 자식들에게 보내주신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편안하게 모셔드려야 하는데 생활이 어렵고 살아가기 바쁘다가 보니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용돈도 넉넉하게 드리지 못하고 있다. 부모님께 받은 은혜와 사랑이 크건만 보답해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이 책은 시인이자 사진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신현림 시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시인의 아버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살다가 40대 후반, 도시로 나왔다. 도시로 나온 아버지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동일밖에 없었다. 시인의 큰아버지가 월북했다는 이유로 시인의 아버지와 형제들은 큰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시인의 아버지는 그 고통을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가난을 피해갈 수 없어 자식을 중학교조차 제대로 보낼 수 없었지만 아버지가 삶을 긍정하고 잘 버텨 주었기에 그 자식들은 모두 제자리를 찾아 제 몫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다.
시인은 그의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외롭고 힘들어도 아버지의 자리를 지켜가는 것의 위대함을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미래에 나의 자녀들에게 어떤 아버지의 모습으로 기억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이 책 곳곳에는 지나간 옛 시절의 추억이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으며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추운 겨울에 꽝꽝 언 저수지에서 연날리기와 썰매를 타다 넘어졌던 이야기, 국민교육헌장을 외우지 못하여 나무판자로 된 복도를 청소하면서 억지로 외워야만 했던 일, 학교 앞 문방구에서 쫀드기와 달고나를 먹으며 뽑기를 하던 것, 시래기 된장국을 세 그릇이나 먹었던 일 등을 소재로 쓰여진 40여편의 이야기는 비록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아버지를 ‘세상의 찬밥’에 비유하고 있다. “찬밥, 누군가 먹다 남긴 밥, 거지가 아니면 환영받지 못할 밥, 곧 쉬어서 버림을 받게 될 밥 등 소외된 존재를 상징하는 의미로 찬밥을 썼다. 그렇다. 아버지는 ‘세상의 찬밥’이었다.”(p.249)
이 책을 읽고 나니 아버지가 더욱 보고 싶다.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만큼만 부모님을 생각한다면 후회가 없으련만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점점 부모님께 무관심해 지는 나의 모습이 한없이 미워진다.
이 책은 작가의 아버지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적으로 아무런 지위도 없고 남겨 줄 재산은커녕 노후대책도 세우지 못한 평범한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