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 - 이 시대 7인의 49가지 이야기
김용택 외 지음 / 황금시간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들이 8월의 마지막 휴가를 즐기기 위해 일상을 벗어나 멀리 떠났지만, 난 집에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독서를 하는 것으로 휴가를 보냈다. 이 책이 여행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라서 금상첨화다.

 

오늘 읽은 책은 <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라는 책인데, ‘이 시대의 7인의 49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호기심에 끌리는 건 아이들 못지않았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을 비롯해 지큐(GQ) 코리아 편집장이자 소설을 쓰는 이충걸,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이자 칼럼니스트인 서민 국회의원 송호창,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 언론인이자 사회운동가인 홍세화, 미술평론가이자 자전거 마니아인 반이정, 이들 7인의 에세이가 담겨 있어 흥미를 더해 준다.

 

섬진강 시인김용택은 어떻게 시인이 되었는지, 38년간의 교사 생활을 마치고 나는 지금이 좋다. 강연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영화를 보고 놀며 내 맘대로 산다.”(p.56)고 하면서 평생 고향에서 농사짓는 어머니와 아버지 곁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기생충학과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서울대 의대에 다녔던 서민 교수는 “21세기가 되면 기생충의 시대가 올거야라는 은사의 말에 이끌려 기생충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기생충을 공부한다고?”라며 놀려댔지만 서민 교수는 은사의 말에 대한 믿음을 꺾지 않았다.

 

서울대 의대에 다녔던 서민 교수는 혹시 기생충학을 하지 않을래? 이게 지금은 사양 산업처럼 보이지만 21세기가 되면 기생충의 시대가 올거야”(p.119)라는 은사의 말에 이끌려 기생충 공부를 시작했다. 기생충학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시각은 싸늘했지만 서민 교수는 은사의 말에 대한 믿음을 꺾지 않았다.

 

200510월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사실과 지난해 5월 기생충을 주제로 한 영화 연가시개통을 통해 기생충학이라는 분야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다. 은사의 말이 간접적으로 실현됐다는 것이다.

 

언론인이자 사회운동가인 홍세화는 프랑스에 사는 동안 두통과 정수리 부분에서 피가 마구 뒤엉키는 듯한 통증에 시달렸는데, 국내에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어쭙잖게 상징자본까지 꿰차게되어 귀국과 함께 언론인이 될 수 있었던 운 좋은 사람의 예로서 그가 선택한 길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인생의 변곡점, 대 동창인 전 총리와의 씁쓸한 인연, 그의 첫 멘토 외할아버지 이야기 등에는 한결 같은 홍세화라는 사람이 있다.

 

미술평론가이자 자전거 마니아인 반이정은 미술 비평의 현실, 무소속의 개인으로 살아가는 일, 자전거 사고 이후의 변화 등을 이야기한다. 때로 아주 오래된 개인다운 엄격함이랄까 고집이 보이지만, 그가 든 이유나 근거들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기만 하면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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