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키만 큰 30세 아들과 깡마른 60세 엄마, 미친 척 500일간 세계를 누비다! 시리즈 1
태원준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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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 어르신의 회갑연은 마을의 경사였다. 귀한 돼지를 잡고 막걸리와 단술, 각종 부침개와 시루떡 등 잔칫집에서 차린 푸짐한 음식을 마을의 남녀노소가 그날 하루만은 굶주리지 않고 배불리 먹었다. 특히 당사자가 마을에서 소문난 부자이거나 자식 농사에 성공한 어르신이라면 도심에 기거하는 각설이까지 소문을 듣고 몰려들어 장타령으로 흥을 돋우며 주린 배를 채웠다.

 

몇 년 전에 부모님 회갑을 맞아 동생들과 의논 끝에 동생들은 형편에 맞게 알아서현금을 드리고,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중국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여행을 결정하기까지는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았지만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은 정말 뜻 깊었다. 오랜만에 부모님도 정말 즐거워하셨다.

 

이 책은 30년 동안 가족만을 살피며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엄마의 환갑잔치를 위해 모아둔 돈을 가만 들여다보던 아들 태원준이 차라리 이 돈으로 엄마와 세계여행을 하는 게 낫겠어, 라며 일을 저질러 일도 그만두고 세계를 무대로 신나게 한 판 놀고 오자!’고 하여 엄마와 함께 장장 50개국 100여개가 넘는 도시에 발자취를 남긴 이들의 유쾌하고 가슴 찡한 여행기를 담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행을 출발한 때에 엄마가 과연 잘 놀 수 있을까?’하는 것을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웬걸. 하도 조신해 음주가무는 꿈도 꾸지 않던 엄마가 베이징 공원에서 벌어지는 춤판에 끼어들어 무아지경 몸을 흔드는 건 기본이고, 청두의 유스호스텔에서 진행된 만두 빚기 대회에서는 손놀림 신공을 선보이며 어깨를 으쓱했고, 베트남 훼에서는 주인이 잠시 자리를 뜬 씨클로 운전석에 냉큼 앉아 돌아온 씨클로 기사의 넋을 빼놓기도 했다.

 

아들은 여행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남기고자, 그리고 다신 없을 이번 여행을 생생하게 기록하고자 자신의 블로그 둘이 합쳐 계란 세 판, 세계여행을 떠나다에 포스팅을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했던 블로그 팬들이 생겨났다. 하루 방문자만 수백여 명. 금세 여행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이 가냘픈 모자는 갑작스레 세상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여행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들은 중국에서부터 동남아시아 대륙 끝 싱가포르까지 육로로 이동한 후에 하늘 길을 통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의 섬나라와 중동의 이집트까지 여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도달했던 유럽 전역에 꼼꼼히 발걸음을 남기며 마침내 런던에서 300일 간의 긴 여정을 끝냈다. 장장 50개국, 100여 개가 넘는 도시에 발자취를 남겼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정말? 과연? 실제로 그랬어?’라는 말이 나온다. 저자는 어차피 장기 레이스인데 왜 진작 이럴 생각을 못했을까?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여행 자체가 인생에 찾아온 방학이라고 생각했는데, 여행이 일상이 되고 보니 그 안에도 또 다른 방학이 필요했다.”(p.233)라고 말했다.

 

홀로 떠나는 여행, 연인과 함께하는 여행 등 여러 종류의 여행이 있지만 부모님의 회갑기념으로 하는 여행이 가장 행복한 여행이 아닐까.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라도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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