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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의 발견 - 노벨상 수상자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자전 에세이, 놀림받던 의사에서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기까지
야마나카 신야, 미도리 신야 지음, 김소연 옮김 / 해나무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은 처음부터 탄탄대로만 걸어왔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상식을 뒤엎는 반전 끝에 성공이라는 열매를 따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유도만능줄기(iPS) 세포 연구로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나마카 신야 교토대학 교수의 자전 에세이로 그의 굴곡진 인생과 도전정신, 그의 연구가 지닌 가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는 격언과 다를 바 없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과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자신의 연구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점 때문에 힘든 시절을 보내야 했다고 털어놓는다. 야마나카는 노벨상 수상자로 발표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구란 진리를 덮고 있는 베일을 한 장 한 장 벗기는 작업이며, 나는 그 마지막 베일을 벗긴 행운의 사나이였다.”고 말했다.
그는 분화된 체세포의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려 iPS세포를 만듦으로써 생물학 역사의 혁명을 이루었다. 그의 첫 번째 직업은 정형외과 의사였다. 그러나 수술에 재능이 없던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첫 수술이 피범벅으로 끝났다. 다른 의사라면 20분이면 끝낼 수술을 2시간이나 끌었고 지도교수, 간호사, 환자 모두 어이없어했다. 동료들은 야마나카 교수를 짐스러운 동료 취급하며 ‘자마나카’(걸림돌)라고 불렀다.
의사가 된 지 2년 만에 커다란 벽을 느낀 그는 기초과학자가 되기 위해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과학자로서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과학자의 길도 순탄치 않았다. 박사 후 과정을 밟기 위해 구인광고를 뒤져가며 30~40통을 닥치는대로 응모한 끝에 미국 글래드스턴 연구소로 겨우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에는 일본 내에 연고가 없어서 실험 쥐들을 돌보며 불안정한 시기를 보냈고, 신통치 않은 연구결과와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지독한 의욕상실을 경험했다.
그가 고통의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비전’이었다. 성인의 체세포를 원시세포로 초기화시킨다는 비전을 품은 그는 당시 과학계의 시각에서는 현실화하기 어려운 비전이었지만, 그는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열심히 달려 2006년 쥐의 iPS세포, 2007년 인간의 iPS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형 노벨상 수상자가 아닌, 전형적인 노력형 과학자다. 의기소침해지면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의지를 다지고, 시간을 쪼개 집 주변 등을 달리면서 운동하고,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그래서 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노력하는 모든 이에게 희망과 감동을 전해 준다.
줄기세포는 인체 내 다양한 조직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어 난치병 치료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수정란을 이용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윤리적인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반면 이미 분화된 체세포의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려(역분화해)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이런 문제가 없다.
현재 기초과학자와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임상의보다 의과학자가 되려는 의학도들에게 야마나카의 삶은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자신의 가능성과 적성을 발견하고 꽃 피우기를 원하는 수많은 청춘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