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권력의 종말 - 디지털 시대에 다윗은 어떻게 새로운 골리앗이 되는가
니코 멜레 지음, 이은경 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어디에서나 스마트폰, 인터넷, 소셜 미디어 같은 신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블로거들은 언론보다 빨리 뉴스를 전달하고 정치 신인은 단숨에 기성 정치인을 압도한다. 시간과 공간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기술 마니아들이 지배하는 세상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 10년쯤 지나면 첨단 기술을 이용해 전력을 차단하고, 식량 공급을 위협하고, 거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등 마음대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과격단체와 개인 때문에 끊임없는 위협 속에서 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서아프리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말레이시아, 미국 등지에서 살아온 세계적인 IT 미래학자 하버드케네디스쿨 니코 멜레 교수가 디지털 시대 권력의 속성을 고찰한 사회 비평서다. 저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기술 진보가 가져올 기회와 위협의 패럭독스를 풍부한 글로벌 사례 제시와 함께 입체적 관점으로 분석한 것이 다.

 

디지털 시대에 있어서 가장 큰 특징은 급진적 연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방대한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끊임없이 전 세계 어디로든 보낼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맹위를 떨치는 기술의 진보가 전통적인 거대 권력을 흔들고 기존 체제를 무너뜨린다.

 

스마트폰·인터넷·소셜미디어 같은 신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급진적 연결성은 정부·기업·군대·엔터테인먼트·언론·교육 등 골리앗으로 상징되는 거대 권력 구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하여 각 분야에서 신흥 세력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경쟁적 서열 구조를 깨뜨린다.

 

기술의 진보는 이로운 점만 있는 건 아니다. 폐해 또한 만만치 않다. 저자는 기회이자 위협이라는 양날의 칼을 내재하고 있다고 본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동안 익히 알고 있던 중앙집권식 국가 모델이 무너지고 있으며, 방송과 인쇄 매체 같은 전통적인 정보 원천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어쩌면 낡은 기관이 무너진다면 매우 좋은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전통적인 거대 기관 중 상당수는 심각한 결함과 더불어 부패까지 안고 있으니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술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며 권력기관이야 어찌 되든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 끔찍한 결말을 맞게 될 것이다.”(p.17)라고 말했다.

 

저자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사회 변화에 밝음과 어둠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거대 권력의 종말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거대 권력과 급진적 연결성이 지닌 각각의 장단점을 잘 취사선택하면 이전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하고 전 국민이 카카오톡을 쓰고 있으며 페이스북, 트위터 사용도 일상화된 한국인에게 세상의 변화에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통찰을 제공해 주는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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