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꽃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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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뒷 표지에 세종조차 자신의 판결을 후회한 조선 양반가 간통사건이라는 글이 흥미를 유발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간통죄 폐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를 두고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7명이 간통죄 폐지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파악됐다는 신문기사를 볼 수 있다.

 

간통죄 폐지에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개인의 사생활을 나라에서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 도덕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반대 입장을 나타내는 네티즌들은 간통죄까지 없어지면 부부 생활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약화될 것이다. 이혼률이 더 높아지지 않을지 걱정이다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은 역사에 가려진 여성의 이야기를 써온 김별아 작가가 조선 세종 시대 양반가에서 벌어졌던 간통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개인의 사랑이 규범에 의해 금지되고 처벌되던 시대에 사랑의 의미에 대해 묻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의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은 전작 채홍에 이어 사랑이라는 죄목으로 국가의 처벌을 받은 조선 여성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다. 그것이 아무리 극악한 중죄로 규정될지라도 기어이 사랑하여 기꺼이 패배한 어리석고 용감하고 뜨거운 여성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또 다시, 사랑을 믿어본다고 말했다.

 

이 소설은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개국으로 혼란한 시기, 부모를 잃고 먼 친척 집에 맡겨진 유녹주의 이야기다. 엄한 아버지와 강퍅한 어머니 밑에서 지내던 조서로는 녹주와 좋은 벗이 되지만 서로의 어머니 경심은 녹주의 어머니 채심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으로 녹주를 탐탁지 않게 여기다 작은 암자로 보내버린다. 막 사랑에 눈 뜬 둘은 기약 없이 헤어지고 녹주는 수경심이라는 비구니로 있다가 이귀산의 후처가 되어 속세로 돌아온다. 조서로는 좋은 가문의 여인과 혼인하며 살아가지만 이들은 결국 서로를 다시 만나 허락받지 못한 사랑에 빠져들다가 간통한 사실이 발각돼 재위한 지 5년째인 젊은 왕 세종을 분노케 했고, 세종은 국가의 기강을 공고히 하고, 조선 사회에 본보기로 삼기 위해 직접 재판해 조서로는 귀양을 보내고 녹주는 저자거리에서 참수형에 처하므로 사건이 일단락됐다.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면서 유녹주가 굉장히 억울하겠다 싶었다유씨 부인은 사랑한 것밖에 없다. 이 사람 이야기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면서 집필 의도를 말했다.

 

성경에 보면,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을 예수님께 데려왔다. 그들은 고소할 조건을 얻기 위해 예수님께 묻는다. “율법에 따라 이 여인을 돌로 칠까요그때 예수님의 대답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한복음 87)고 했다. 이 땅에 흠 없고 죄 없는 사람이 과연 어디 있겠는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의 사적 생활은 국가가 통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가장 극심하게 통제했던 것이 조선 초였는데 그 통제가 실패한 것임을 조선시대 여인들이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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