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기다림 민음사 모던 클래식 63
나딤 아슬람 지음, 한정아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아프가니스탄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미국 주간지 타임지 표지에 나온 코 없는 여성. 남편과 시댁 식구의 폭력 때문에 도망쳤다가 남편에게 잡혀 귀와 코가 잘리는 처벌을 받은 사람이다. 이와 함께 탈레반, 내란, 쿠데타, 전쟁 등 하나같이 부정적인 단어 일색이다.

 

이처럼 아프가니스탄은 험난한 역사를 지닌 나라다. 인도와 서남아시아(중동), 중앙아시아가 교차하는 이곳은 정치적·군사적 요충지였기에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영국, 소련, 미국 등의 대대적 공격을 받아 피폐해진 땅이기도 하다.

 

이 책은 파키스탄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나딤 아슬람이 2008년에 발표한 세 번째 장편소설로, 20세기 후반 이후 소련의 침공과 내란, 탈레반의 폭정, 미국과의 전쟁 등 수백만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진행 중인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소설로 풀어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아프간인뿐 아니라 영국인, 러시아인, 미국인 등 여러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선과 악, 문명과 야만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아울러 다양한 국가와 부족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복잡한 현실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책의 배경은 2000년대 중반의 어느 3, 9·11 테러 전후 오사마 빈라덴이 은신했던 곳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동쪽의 토라보라 산악 지대이다. 마을과 떨어진 호수 근처에 영국인 의사 마커스가 홀로 살고 있다. 그는 탈레반과 군벌의 손에 아프간인인 아내와 딸을 잃고도 평생 살아온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70대 노인이다. 어느 날 라리사라는 러시아 여인이 행방불명된 남동생을 찾아 마커스의 집까지 온다.

 

소련군에 끌려간 마커스의 딸 자민은 군인이었던 라리사의 남동생 베네딕트에게 폭행을 당했고, 수년 후 데이비드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이번에는 군벌에 끌려가 실종된다. 몇 번이나 자민을 덮쳤지만 결정적 순간에 그녀를 꺼내 주고 탈영한 베네딕트는 침략자의 국적을 지녔다는 이유로 반군의 먹잇감이 된다. 사라진 딸을, 연인을, 남동생을 찾아 헤매던 마커스와 데이비드, 라리사는 이들이 죽음에 이른 사연을 점차 알게 되면서 참혹한 현실의 무게를 깨닫는다.

 

아슬람은 인종도, 국적도, 종교도 다르지만 모두 잔인한 현실 속에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아픔을 간직한 인물들을 내세워 전쟁과 폭력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 새롭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자살 폭탄 테러나 포로 고문, 강간, 신체 절단, 투석형 등 가감 없이 묘사하는 잔인한 장면들을 볼 때 너무 끔찍하다. 물론 작품 속의 내용은 모두 허구이지만 현실은 이보다 더 심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섬뜩한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다 읽은 오늘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에 상주하고 있는 남측 인원을 보내주지 않고 개성공단을 평화의 인질로 잡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아프카니스탄의 탈레반과 흠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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