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의 후예 1 - 비운의 패장
박찬두 지음 / 작가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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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부모님으로부터 빨치산이란 말을 많이 듣고 자란 것 같다. 막연히 빨치산은 정부의 전복을 위한 비정규적인 게릴라식의 반정부주의자들의 폭도들로 무조건 불순한 인물, 빨갱이라고 들어 왔다.

 

1945년 해방 이후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격화되던 시기에 남한에서는 공산주의적 이념에 동조하던 세력들이 친일파와 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식이 더해지면서 자생적인 하나의 세력인 빨치산으로 규합되게 된다.

 

빨치산의 유래는 일제강점기 야산대에서 비롯된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무장을 갖추고 투쟁에 나선 것은 여수·순천 10·19사건(이하 여순사건) 이후부터다. 빨치산은 정규군이 아닌 민간인으로 조직된 유격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적의 배후에서 그들의 통신 교통수단을 파괴하거나 무기와 물자를 탈취 또는 파괴하고 인원을 살상한다. 6·25 전쟁당시 지리산기슭에서 빨치산의 활동으로 수많은 양민들이 학살되고, 낮과 밤으로 주인이 바뀌기도 했다.

 

이 책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서울 동도중 교사 박찬두 씨가 이미 고인이 된 한국상고사학회 이중재 선생으로부터 빨치산 중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인 마지막 빨치산 사단장 황의지를 우연히 소개받고, 황의지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통해 500여 동안 겪은 한 가문의 영광과 비극의 역사,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취재하여 이념 갈등의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황의지는 조선시대 최고의 명재상인 황희 정승, 임진왜란 최고의 명장이었던 황진 장군, 한말 절명시를 쓰고 자결한 매천 황현을 가문의 조상이자 종교의 교조처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가문에서 태어났다.

 

1950년 북한이 남침을 하고 전라도까지 점령하자 황의지는 게릴라전술을 펼치는 유격부대 즉 빨치산으로 인민군을 도우며 광범위한 투쟁을 전개하다가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인민군이 철수하자 지리산, 회문산, 운장산, 백운산, 장안산, 덕유산 등으로 숨어들면서 전형적인 빨치산 활동을 벌이며 전쟁 중인 후방을 교란하고 혼란에 빠뜨린다. 수많은 전투에서 네다섯 번의 총상을 입으면서도 살아남는 등 강인한 생명력을 보이면서 맹활약을 펼치고 그 공로로 빨치산 사단장에 올랐다.

 

그러나 인민군의 후퇴로 빨치산들은 회문산에서 지리산으로 후퇴할 때 총지휘하는 책임을 황의지가 맡았으나 토끼몰이식 토벌작전에 결국 36개월만에 생포되고, 생포된 후 남원경찰서 이규형 서장의 권유로 전향하게 되고, 지리산을 중심으로 남아 있는 빨치산을 생포, 귀순시키는 일에 앞장섰다.

 

이 책에서 저자는 빨치산 최고의 활약상을 보인 황의지를 통해 빨치산도 우리 민족의 한 사람이며, 그가 품었던 이념은 우리 민족이 당시에 품었던 보편적인 이념이었으며, 그가 빨치산으로 활약했다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숱한 고통이 정당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이 책을 새 정치를 꿈꾸는 정부 관료들,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할 청소년들, 그리고 우리 민족의 통일을 염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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