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력서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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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기로는 지난 1990년대 전후반, 연세대 마광수 교수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즐거운 사라> 등의 책이 출간 되면서 외설이라는 이유로 검찰에 의해 전격 구속되었고, 한국사회는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교수가 점잖치 못하게 무슨 성 담론을 이토록 야한 글로 발표하느냐는 비판이 한국 문단을 뒤흔들며, 그에 대한 인격 모독적 발언이 서슴치 않게 마구 쏟아져 나왔으며, 책은 판매금지 되었고, 마광수 교수는 1995년 연세대학교에서 해직되었다. 그 당시 나는 그의 책 내용을 알고 나서 교수이자 작가였던 그를 상당히 부도덕한 사람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늘 <나의 이력서>를 읽으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마교수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지우기로 했다. 물론 정제되지 않은 그의 성 담론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갑론을박 논쟁을 유발하기에 충분하지만 자세히 다시 새겨 보면, 마교수는 한 마디로, 너무 솔직해 탈이 난 사람이다.

 

이 책은 소위 세상으로부터 찍힌작가 마광수의 어린 시절과 청춘, 그리고 사랑, 문학세계 등이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처럼 스케치한 책으로, 그의 천진난만하고 권위의식이 없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으로 19921029일 아침 검찰청에 잡혀가는 순간부터 독방에 수감되기까지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을 통해 솔직한 지식인 마광수의 인생을 엿보며 그의 생각과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나는 오직 솔직한 순간의 연소만을 위해서 살아가려고 한다. 될 수 있는 한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이기보다는 좋은 친구이고 싶고, 문학은 물론 다양한 예술 장르를 통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런저런 가지각색의 똥을 누는 푸근한 배설꾼이고 싶다.”(p15~p16)고 말했다.

 

나는 마광수 교수의 작품을 직접 읽기 전에는 비난했었다. 그런데 그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시대의 제물로서 바쳐진 작가 마광수 교수를 이해하게 되었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겉으로는 윤리주의자, 도덕군자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위장하고 위선을 떨지만, 마교수는 위선을 떨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고스란히 치러냈고, 그 사건이 그의 전 인생을 바꿔놓았던 것이다. 정말 이 시대가 필요한 것은 어떤 어려움이 온다고 해도 자신의 소신을 그대로 밝히는 진실한 사람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서 이 시대에 권위가식을 내던져버린 지식인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낸다. 권위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솔직해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것도 지식인이 총대를 맨다는 것은 더 큰 용기 혹은 천진함이 필요하다.

 

마광수 교수에 대해 성을 상품화하고 있다’, ‘종속적인 여성상을 심어 준다’, ‘성 일변도의 가치관에만 몰입되어 있다는 비판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의 책을 읽어본다면 오히려 거짓과 위선으로 가장하는 사람들에 비해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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