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슬프게 간다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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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일수도 있겠지만 삼십대 이후 사십대, 오십대에서는 마광수 교수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런지 모르겠다. 아마 대부분은 알고 있지 않을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 유명한 분인지 궁금할 것이다. 마광수 교수는 성에 관해 굉장히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그리고 음지로 숨기려고만 했던 1980년대에 ‘성’과 ‘섹스’, ‘남녀의 쾌락’등을 너무나 당당하게 들이댔던 교수였다.

 

마광수 교수는 1990년 <권태>와 <광마일기>, 1992년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을 발표했는데 소설 ‘즐거운 사라’의 음란성이 시비가 되어 1992년 검찰의 긴급체포를 받고, 실형까지 받아 강단을 떠나야 했다. 복직 뒤엔 동료 교수들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받고 배신감과 울화에 3년 동안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

 

나 역시 순전히 호기심에, 당시 세간에 야하다고 정평이 나있어서, <나는 야한여자가 좋다>, <즐거운 사라> 등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과연, 충격적이었다. 옥고도 치르고, 사회적 지탄도 받고, ‘색마'라는 색안경으로 점잖치 못한 별명도 듣고, 일하던 대학교수직도 잃고, 혈기 넘치던 젊은 시절도 다 보내 환갑이 지난 마광수 교수가 시인으로 귀환했다.

 

이 시집은 인생과 사랑과 연애에 대한 해학미로 표현되는 그의 시적 언어에서 우리는 ‘인생은 무엇인지’에 대한 오랜 숙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그의 시에서 행간의 의미를 통해 찾아낼 수 있다.

 

이 시집에서는 시인 마광수의 문학적인 두 얼굴을 보여준다. 이 시집은 총 10장으로 나눠져 있는데, 전반부에선 시인의 센티멘털리즘적 문학 세계를 보여주며, 후반부에선 에로티시즘의 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10장 ‘음란한 시’를 보면 성적예술과 외설이라는 기준을 놓고 파문을 일으켜온 저자의 문학적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준다.

 

음란한 입술로 키스하고/ 음란한 혓바닥으로 핥고/ 음란한 페니스로/ 음란한 질을 자극하면서/ 음란한 말을 중얼거리며/ 음란한 사랑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음란한 새벽이/ 음란한 여명으로 다가와 우리의/ 음란한 육신을 비추고 있고 거리의/ 음란한 소음이 들려와/ 음란한 기분을 잡치게 만든다.

 

이 시를 읽으려면 시적 언어의 은유와 상징성, 문학적 표현의 언어와 다큐를 분간할 자신이 있는 사람들만 읽어야 할 것이다. 예술과 외설을 혼동하지 않고 문학으로서의 표현과 영역에 대해 확실한 선을 그을 수 있는 독자라면 이 시집이 ‘인생은 무엇인지’에 관한 오랜 숙제를 풀 수 있는 해법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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