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떠남은 언제나 옳다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남미편 2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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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울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옛 기억을 더듬으며 추억의 장소를 찾고 싶어 여행을 떠나고 싶다. 답답하고 고된 생활을 여행을 통해 보상받고 싶었다. 그렇게 16번의 여행을 다녀왔고, 다녀온 국가는 20여 개국에 달한다. 일본, 중국, 호주, 미국, 남아공, 베트남,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지금도 여행을 꿈꾸고 있다. 여행은 묘한 매력이 있어서 하면 할수록 더욱 하고 싶은 것이 여행이다.

 

외국의 풍경과 문화를 직접 확인하고,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유적을 볼 때는 희열을 느꼈고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눈 것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이었다. 식도락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은 세 살배기 JB와 함께 터키로 떠난 첫 번째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아랍, 라오스,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를 다니며, ‘사람 여행’을 하고 있는 오소희 작가의 네 번째 여행서이다. 2010년 7월 중순부터 2010년 10월 중순까지 세 달에 걸쳐서 아들 JB와 함께 남아메리카의 6개국(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칠레)을 여행했다.

 

저자는 1부 <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 2부 <그러므로 떠남은 언제나 옳다> 2권에 걸쳐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를 여행하며 마주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풍경들에 대한 감상을 담고 있다. 세 살배기였던 아들 JB는 어느덧 열 살이 되어, 방문하는 국가의 역사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저자와 유쾌한 농담을 주고받을 수도 있을 만큼 씩씩하고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다. 눈앞에 넓은 세상을 펼쳐 보여주었을 때 아이가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에피소드는 남미여행의 핵심 중 하나인 갈라파고스군도 방문마저 마다한 채 에콰도르 현지의 학교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며, 현지 아이들과 눈을 맞추던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다. 오타발로 근교에 위치한 페구체의 작은 시골 학교에서 저자는 영어를, JB는 바이올린을 가르치며, 배우고자 하는 넘치는 열정이 무엇인지, 상하 없이 열린 자세로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깨닫는다.

 

그러나 그렇게 진한 교감과 나눔 뒤에는 언제나 헤어짐이라는 아쉬운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던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고 자원봉사를 마무리하던 날, 저자는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에게 다가와준 아이들과의 포옹하고 입을 맞추며 순수했던 그들의 눈망울, 그들 몸에서 배어나오는 향기와 땀, 그리고 수프 내음까지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마음속으로 오래 오래 기억하려 한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에는 소박한 숙소 한 쪽에 놓인 더러운 여행가방을 쳐다보며 ‘넘치는 것도 모자란 것도 없이’ 생이 거기 그대로 멈춰도 좋겠다, 라는 소회에 잠기게 된다. 먼 길을 걷고 걸어 한 사람의 생에 있어서 소박한 가방 하나면 충분하다는 성찰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더 많은 것을 소유하지 못해 안달이 난 우리에게 진정한 채움과 비움이란 무엇인지, 의미 있는 머무름과 떠남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책장 사이사이로 펼쳐지는 남미의 너른 고원의 모습, 선명한 색색의 풍경으로 경이로움을 일으키는 아타카마 사막과 우유니 소금사막의 풍경, 인디오 장터 특유의 느긋하면서도 향토적인 분위기가 가득 담긴 사진들은 보고 또 보아도 지루하지 않는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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