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생계를 위협하는가 - 누가 진보를 죽였는가!
크리스 헤지스 지음, 노정태 옮김 / 프런티어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10년 4월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남동쪽 멕시코만 바다에서 작업 중이던 석유시추시설이 폭발해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하여 멕시코만 일대는 생지옥이 됐다. 화살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도 쏠렸다. 환경 규제를 풀어준 장본인이라는 비난이 들끓었지만 환경단체들은 오바마 정부에는 공식적인 책임을 묻지 않았다. 미국의 진보주의는 어디로 갔을까.

 

이 책은 ‘뉴욕타임스’ 중동특파원 등을 지낸 칼럼니스트로 20년이 넘게 중동 문제를 취재 해온 저자 크리스 헤지스가 미국 진보 운동의 몰락기를 샅샅이 헤집는 것이다. 미국의 진보가 몰락해가는 과정, 노동자와 서민의 비극을 통해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을 비춰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더불어 진보 진영이 국가와 기업 권력에 어떻게 짓밟혀왔는지, 또 진보가 어떻게 노동자 계급을 배반하고 권력과 손을 잡았는지 되짚는다.

 

저자는 미국 정치사를 거슬러 올라가 진보 진영이 저지른 치명적 죄악이 ‘파워 엘리트’와 결탁한 데 있다고 일침을 날렸다. 저자는 “진보주의자들의 운명은 비극적이다. 자신들을 구해줄 수 있었을 급진적인 사상가들과 우상 파괴자들이 자진해서 입을 다무는 동안, 자신들이 힘을 보탰던 기업 국가에 의해 전멸당하고 있다.”(p.36)고 말했다.

 

이 책은 미국에서 민주와 공화의 양당의 경쟁으로 비쳐지는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 계급성을 포기한 정치공론의 장이 되면서 노동자의 삶은 물론 중산층의 붕괴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이제 불과 3일 뒤면 차기 대통령이 선출된다. 그런데 선거판을 대하는 주변의 보통 사람들을 보면 흥이 나지 않고 신바람도 나지 않는다. 아예 관심 없는 사람들도 많다. 왜 그럴까?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누가 된다고 해서 내 인생이 뭐 달라지겠어?” 하는 의구심이 있다. 보통 서민들의 이런 정치적 무관심에 진보 정치인과 진보 언론, 진보 지식인들은 오만하게도 그들의 무지를 꾸짖는다. 마치 박정희 시대와 박근혜 후보의 실체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기라도 한 양, 1960~70년대에 벌어진 장준하의 죽음과 정수장학회 사건 같은 과거의 폭정과 비리를 폭로하는데 열을 올린다. 그렇지만 보통의 서민들은 30~40년 전 과거사에는 별 관심이 없다.

 

저자는 금융위기 당시 월가에 막대한 세금 지원, 건강보험 개혁안 강행, 해외정보활동 감시법 지지 등의 이력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처럼 노골적으로가 아니라 소심하게” 거짓말을 일삼는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저자는 중산층과 노동자를 대변해야 할 진보세력은 기업과 기득권세력의 공격으로 타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중산층의 삶은 망가졌고, 생계까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면서 전통적인 진보진영이던 언론, 교회, 대학, 정치, 예술계 그리고 노조가 기업의 돈으로 무너졌고, 노조는 자본가들과 적당히 타협하는 협상가가 되고 말았다.

 

이 책은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승승장구하던 진보 진영이 한순간에 무너져 현재까지 겪고 있는 굴욕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대표적 진보 언론인으로 꼽히는 저자의 글이기 때문에 다소 감정적으로 접근한 사안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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