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철학 - 청춘의 끝자락에 선 당신을 위한 철학 카운슬링
크리스토퍼 해밀턴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30,40대가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지해 사는 중년의 캥거루족이 50만에 육박한다고 한다. 캥거루족이 늘어난다는 것은 미혼자의 증가와 출산율의 저하를 의미하고 이는 노동인구의 감소를 뜻한다. 물론 캥거루족 증가가 청년실업과 무관치 않다.

 

중년이란 지혜와 지식이 최고 정점에 도달하는 동시에 신체 기능의 붕괴가 시작되는 시기다. 청춘에 대한 그리움도 있고, 계획하였던 일을 이루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후회, 외로움, 자아 상실감 등 중년에 갖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은 대부분 어둡고 비판적이다. 때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한 마음 때문에 세상에 대한 불신과 극단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되기도 한다. 또 중년이 되면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아왔지만 결국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런던 킹스칼리지의 종교철학과 교수인 크리스토퍼 해밀턴이 철학가의 시선으로 중년이 가진 의미를 분석하고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서른 여덟 살이 되던 해 자신의 어머니가 초등학교 시절 스승이었던 사내와 불륜을 저질러 태어난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뒤늦게 찾아온 중년의 위기를 발판 삼아 정체성과 자신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탐구한 결과 모든 인생에는 괴로움이 있다는 해답을 얻었다고 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오랑우탄과 침팬지도 중년의 위기를 겪는다는 연구가 있다. 인간보다 사회성이 덜 발달한 유인원류도 중년의 위기를 겪는데, 하물며 인간이 중년의 위기를 겪을 때 그 상실감과 슬픔은 오죽할 것인가.

 

40, 50대 중년은 직장에서 밀려나고 가정에서도 소외되며 상실감이 극에 달한다. 한두 명씩 친구들이 명을 달리하고 형제를 잃는 슬픔도 낯설지 않은 시기다.

 

이 책의 겉표지에 보면 ‘청춘의 끝자락에 선 당신을 위한 철학 카운슬링’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이 책은 중년이라는 시기에 나타나는 몇 가지 중요한 특성을 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세상의 모든 중년들이 자신처럼 내면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향수, 후회, 죄의식, 외로움, 권태, 두려움 등 다수의 중년들이 경험하고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는 감정들에는 희망이 담겨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인 장 아메리는 ‘우리 앞에 남은 시간이 적다고 생각할수록 내면의 시간은 더욱 많아지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중년이란 시간에 대한 압박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이때 우리는 과거와 현재에 얽매이고 미래에 불안한 마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오십 평생 제대로 쉬거나 놀아본 기억도 없이 죽어라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내게 남은 건 도대체 뭔가 싶다. 삶에 아무런 낙도 없고 재미도 없다. 대한민국 중년들의 자화상이다. 가진 것들을 급격하게 잃어가는 나이. 앞으로 잃어갈 것들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더 커져가는 세대. 위기의 중년들이 소리 없이 가슴으로 울고 있다. 이 책은 중년이라면 꼭 읽어 보아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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