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 인생이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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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느새 철이 들기 시작하면 ‘인생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하지만 어느 노래 가사처럼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해주지 않는 것처럼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동양에서는 인생을 곧잘 길에 비유했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가사가 들어간 가요도 있고, 길을 화두로 삼은 문학 작품도 수없이 많다. 이규정의 ‘멀고도 먼 길’, 김헌일의 ‘먼 길’, 박향의 ‘먼 길’, 윤후명의 ‘미혹(迷惑)의 길’ 등 작품만 해도 적지 않다.

 

한국 성문학의 대명사 격인 연세대 국문학 마광수 교수는 1992년 작품 <즐거운 사라>를 출간하면서, 외설논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즐거운 사라>의 내용 중 여대생이 자신의 대학 교수와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 문제가 되어 보수적 언론과 문인들, 대학 교수들의 반발을 초래했고, 대학교수들 중에는 마광수가 현직 대학 교수의 신분으로 쓴 책이라 하여, 대학교수의 자질 여부를 문제 삼기도 했다.

 

장편소설 <별것도 아닌 인생이>는 같은 제목으로 1999년 11월부터 2000년 9월까지 문화일보에 연재한 글들을 묶은 것이다. 원래 2005년 해냄출판사를 통해 ‘로라’라는 제목으로 2권짜리로 출간되었던 책을 원래 제목을 달고 내용을 수정하여 재출간한 것이다. 뚜렷한 메시지나 드라마틱한 줄거리를 담고 있지 않지만 성공, 출세, 경쟁만을 강요하는 경쟁 사회에서 비움의 미학을 강조한다. 그리고 별것 아닌 인생살이에서 미움도, 원망도, 꼼수도, 배신도, 거짓말도 모두 부질없다는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주인공 ‘로라’와 ‘나’를 비롯한 주변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설켜 만들어내는 일상적인 사건을 하나씩 하나씩 나열하여 파노라마로 엮었다. 그간 마 교수가 선보인 파격적인 성애보다 인생, 그 자체에 집중한다.

 

이 소설의 ‘작가의 말’에서 “인생이란 것은 그저 우연히 ‘내던져진 것’이라는 생각이 요즘 와서 부쩍 든다. 또한 인간의 삶에 ‘발전’이나 ‘인격의 향상’ 같은 것은 있을 수 없고, 그저 그 날 그날을 때워 나가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럴 경우 우리의 지친 삶을 달래 줄 수 있는 놀이는 그대로 사랑뿐일 것이다.”고 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는 ‘별것도 아닌 인생이’ 이렇게 힘들 수가 없다고 하면서 쓴 는 시가 소설 한 권의 내용 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별것도 아닌 인생이 이렇게 힘들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사랑이 이렇게 어려울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돈이 이렇게 안 벌릴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섹스가 이렇게 복잡할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시가 이렇게 수다스러울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똥이 이렇게 안 나올 수가 없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실은 좀 야한 부분을 원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전혀 야하지 않다. 그 대신 마 교수의 삶과 속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야(野)한 정신’이 오롯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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