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되지 못하면 이길 수 없습니다 -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시대정신
최상명 지음 / 푸른숲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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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1985’라는 영화가 정치권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남영동 1985’는 故 김근태 의원 한 사람의 이야기를 넘어 야만의 시대에 맞서는 한 인간과 역사 속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군상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985년 9월 4일부터 벌어진 22일간의 고문사건 기록을 그린 故 김근태 의원의 자전적 수기를 바탕으로 한 문제작이다. 당시 공포정치 속 벌어진 인권의 유린, 짓밟힌 시대의 아픔과 잊혀져 가고 있는 고문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대변한 작품으로, 대한민국 현대사를 곱씹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11년 세상을 떠난 김근태의 묘비에는 “나는 정직과 진실이 이르는 길을 국민과 함께 가고 싶다.”고 적혀있다고 한다. 현재의 소망형으로 나타낸 이 구절은 김근태의 삶을 압축한 것이다.

 

이 책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김근태 민주주의 연구소’ 소장이며, 김근태의 마지막 시기를 함께한 저자 최상명이 1987년 김 고문이 옥중서신으로 강력히 주장했던 ‘1차 민주대연합’의 실패를 거울삼아 2012년 ‘반신자유주의 국가 시스템 구축’을 통한 ‘2차 민주대연합’을 제안하는 책이다. 또 김 고문의 민주화 운동과 정치개혁 운동, 민주대연합론, 따뜻한 시장경제 ‘경제인간화’, 사회적 대타협 등 이른바 ‘김근태 정신과 비전’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부제는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시대정신’이다.

 

김근태는 1985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붙잡혀 그해 9월 한달 동안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10회에 걸쳐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했다. 그는 “죽음의 그림자가 코앞에 다가와” 있던 그때 ‘무릎을 꿇고 사느니보다 서서 죽기를 원한다’는 노래를 불렀다. 강한 정신력으로 협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잔인한 인권 탄압을 폭로했다. 김근태는 독재 시절 26회 체포되고, 5년6개월에 걸쳐 두 차례 투옥됐다.

 

저자는 이 책의 1장 ‘민주주의의 전선에서 우리는 무관심과 싸워야 한다’에서 “부도덕한 정권, 정의롭지 못한 법정, 권력의 시녀 검찰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부조리한 사회에 눈감아 애써 현실을 외면해버리는 우리의 무관심과 싸워야 한다.”고 했다.

 

저자는 “지금 김근태에게 시대정신을 묻는다면 결단코 ‘정권교체’라고 말할 것”이라면서 “그 정권은 신자유주의로부터 국민을 지키겠다는 국가경영 철학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자신의 성공이나 치적을 나열한 정치인의 책과는 전혀 다른, 김근태의 철학, 비전, 진심을 통해 민주주의자 김근태를 꾸밈없이 전달한다.

 

이 책은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민주주의의 전선에서 우리는 무관심과 싸워야 한다’에서는 김근태가 왜 민주정치 체제를 열망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데 이바지하고, 가꿔나가고자 노력했는지에 대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2장 ‘우리의 전선은 시장에 있다’에서는 여당 정치인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국정을 운영하며 추진한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 토지 공개념, 의료민영화 반대, 한미 FTA 반대 등의 정책과 사건들을 통해 어떤 정치인이 우리 편인지, 또 말로는 ‘서민’을 외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정치인은 어떻게 구분해내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3장 ‘김근태의 시대정신’에서는 대다수의 약자들이 소수의 강자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먹고사는 문제에서도 민주주의가 필요한 이때 우리가 힘을 합쳐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반(反)신자유주의 전선을 굳건히 지킨 김근태는 2008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어려운데도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장례식장을 지켰고, 사람들과 스크럼을 짜 공권력과 맞섰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해고 노동자, 부산 영도 조선소 타워크레인 85호의 김진숙, 제주강정마을을 응원한 이 시대의 민주투사였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알려고 하는 자들은 꼭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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