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의 웃기고 자빠졌네
김미화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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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씨는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일자 눈썹 붙이고 방망이 들고 “음메, 기 살어!”라고 외치며 전국민을 웃기는 코미디언이지만, 2003년 10월20일 MBC 라디오의 새 시사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을 덜컥 맡았다. 김씨의 변신에 많은 청취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 것이 죄라면 죄. 최근 4년간 김씨는 KBS 블랙리스트 사건을 시작으로 MBC 하차, 사찰 등 충격적인 일들을 겪으며 언론과도 갈등을 빚어야 했다.

 

이 책은 MB정부 출범 후 사찰 대상 연예인 명단에 오르내리고,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KBS에서 하차하고, 결국 MBC 라디오에서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러나야만 했던 김미화. 한 인터넷매체가 낙인 찍은 ‘좌파 연예인’이란 기사에 맞서 소송을 벌이고, KBS의 고소로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했던 당시 상황과 심경을 세세하게 담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별의별 고난을 겪고도 ‘비극인’으로 전락하지 않았던 것은 ‘평생의 벗’ 남편과 자연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7년 전 재혼하면서 경기도의 한 시골로 이사해, ‘후조당’에서 살고 잇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눈보라 속 푸른 소나무처럼 변함없는 모습으로 함께하고 싶다’는 뜻으로 집 이름을 지었다. 기온이 떨어져 수도가 얼면 집 앞 냇가가 욕실이 되고, 여름이면 아직도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봄이면 논에서 개구리가 오케스트라를 합주하는 동네라고 자랑한다.

 

이 책의 첫 장에 보면 ‘뒷골목 풍경’을 담은 사진가 김기찬의 사진이 실려 있다. 1988년작. 서울 중림동의 뒷골목. 다섯 아이가 김미화씨를 유명하게 만든 ‘쓰리랑 부부’ 흉내를 내는 장면이다. 1983년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무명 생활을 하다가 1986년 쓰리랑 부부로 인기를 얻게 된 김씨는 이 사진을 거실에 걸어두고 하루에 한 번은 꼭 이 사진을 보았다고 한다. “아이들 표정이 너무 재미있지 않나. ‘예전에 이렇게 쓰리랑 부부 흉내를 내던 친구들이 있었어~’라고 추억하고 싶어 간직하고 있다. 내년이면 ‘데뷔 30년’인데, 이 친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찾고 싶기도 하다.”

 

이 책에는 김씨의 솔직함이 배어 있다. 명진 스님이 말한대로 “너무 재밌어서 웃고 있는데도 가슴 한 켠이 찡해지고, 찡하게 울려 놓고선 어느새 입가에 웃음이 지어지게 만드는 그녀는 천상 개그우먼이다.” 힘들어도 힘든 척하지 못하고, 아파도 아픈 척하지 못한 그녀의 고백에 눈물이 흐를라 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특유의 유머로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며 또 다시 웃게 된다.

 

이 책에서 김씨는 KBS의 ‘블랙리스트’ 고소사건 과정에서 남편과 네 번째 시험관 아이 수정을 시도하던 중에 착상이 실패했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 KBS 고소사건으로 경찰에 출두하느라 시달리던 그 대 공교롭게도 나는 내 아이 둘, 남편 아이 둘, 도합 네 명의 자식에 이은 다섯 번째 아이를 갖기 위한 시험관 시술 중이었다”며 “늦은 나이지만 하늘이 허락해 주신다면 아이를 하나 꼭 낳고 싶었다. 일년 전부터 노려해왔고, 이미 세 번의 실패 후 네 번째 시술이었다”고 전했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은 억울함을 알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무대로 돌아가서 세상을 웃기다 죽고 싶다는 바람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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