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인문학 - 넓게 읽고 깊이 생각하기
장석주 지음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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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기업 채용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 토익과 자격증 등에 많은 비중을 두던 과거와 달리 ‘열린 채용’ ‘파격 채용’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스펙 대신 인문 지식에 대한 소양을 묻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사회 초년생뿐만 아니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도 열리기만 하면 만석이 되는 등 대한민국은 지금 인문학 열풍으로 가득하다. 인문학 강사들의 강연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인문학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책은 시인·소설가·문학비평가로 다양한 글쓰기를 해온 작가 장석주가 해마다 시와 소설, 에세이, 역사·예술·과학서 등 1000여 권의 책을 사들이고 그것들을 매일매일 읽는 것을 생의 큰 보람과 기쁨으로 여기며, ‘밥을 먹듯, 또한 노동을 하듯’ 읽은 뒤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한 권으로 압축해 묶은 것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인문학은 라틴어 ‘후마니타스’에서 나온 말이다. 후마니타스는 사람이 알아야 할 기초 소양의 보고인 문학, 역사, 철학을 하나로 아우른다. 먹고사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인문학은 사람이 개별자에서 나와 세계를 총체적으로 보는 것, 즉 사람과 문화, 그것을 둘러싼 우주와 생명세계, 그 현상과 본질을 깊이 보게 한다.”(p.5)고 말한다.

 

저자는 ‘인문학’을 가리켜 돈 안 되는 학문이라고 말했지만, 인문학은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독자에게 전한다. 일상 무엇하나 쉬이 지나치지 않는 깊이 있는 사유는 개인의 경험을 확장한다. 몸으로 얻는 경험만이 경험이 아니다. 고민과 통찰로 다다를 수 있는 경험의 넓이는 몸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 이 같은 경험을 어찌 돈에 비할 수 있겠는가.

 

저자는 “인문학은 본질에서 삶을 살찌우고 풍요하게 만든다. 그것은 밥을 주고 실용으로 써먹는데 소용이 닿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 삶을 잘 누리는데 기여하는 학문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앙리 베르그송의 ‘웃음’을 통해 “웃음은 얼굴 표면의 메커니즘이 아니다”라고 하며, 신성일의 ‘청춘은 맨발이다’를 통해 고백의 윤리는 무엇인가 따져보고,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고, 울리히 벡과 엘리자베트 벡의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을 읽고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결혼 제도에 대해 새롭게 바라본다. 배수아와 한강의 소설을 통해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김훈의 소설을 통해서는 인간의 욕망과 피로에 대해 생각한다. 파워스의 ‘속도에서 깊이로’를 읽고 속도의 관성과 각방에 빠진 문명을 돌아보고, 블랑쇼의 ‘기다림 망각’을 읽고 역사의 아픔을 되새긴다.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를 읽고 국가에 의해 통제되는 우리 삶을 돌아보고 각성의 계기로 삼으며, ‘스콧 니어링 자서전’을 읽고서는 자연과 더불어 느리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사유한다.

 

저자는 일상의 소소한 주제에 대해 그동안 모아두었던 방대한 독서기록으로 명쾌하게 정리하여 주제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을 소개한다. 단순히 지식 습득이 아닌 삶의 확장을 위한 인문학적 책 읽기 노하우는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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