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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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톨릭계의 정신적 지주로서 역할뿐 아니라 1980년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정권에 맞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의 곁을 떠난지 5년이 가까워 온다.

 

이 책은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이자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희망과 치유의 베스트셀러 ‘무지개 원리’의 저자로 우리에게 익숙한 차동엽 신부가 지난 2009년 2월 선종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생전 육성을 담아 엮은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오늘 우리는 큰 어른의 부재를 매우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다”며 “이 ‘친전’이 큰 어른의 품과 깊이로, 길을 헤매는 21세기 우리 모두에게 등불이 돼 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걱정, 근심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이며, 이기적인 것들인지 반성하게 된다. “경찰이 들어오면 맨 앞에 내가 있을 것이고, 그 뒤에 신부들, 그 뒤에 수녀들이 있을 것이오. 그리고 그 뒤에 학생들이 있을 것이오.”라고 말했던 김수환 추기경은 항상 인자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사람들을 대하셨고, 민주화운동에 목숨을 건 학생들과 사람들이 위험에 빠졌을 때에는 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보듬고 안전하게 보호해 주셨다. 무자비했던 경찰도 김수환 추기경이 있던 명동성당에는 감히 들어올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 잇다. 1장 ‘희망 없는 곳에도 희망이 있습니다’에서는 우리 시대 절망한 모든 이들 특히 꿈이 흔들리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김 추기경의 친절하고 자상한 육성 응원을 담고 있다. 2장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소중한 그대여’에서는 생존의 불안과 회의를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살아 있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3장 ‘청춘이 민족입니다’에서는 우리 시대 리더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큰 가르침으로, 스스로 30년 이상 대한민국의 존경받는 리더 넘버원 자리를 지켜왔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준엄하게 인도해 준다. 4장 ‘상처 입은 치유자’에서는 김 추기경 자신의 치열한 고뇌에서 건져 올린 깨달음의 지혜로, 지금 고통, 시련, 좌절을 겪고 있는 이들과 교감한다. 그리하여 허물없는 소통을 통해 치유의 기쁨을 누리게 해 준다. 5장 ‘내 기쁨을 그대와 나누고 싶습니다’에서는 김 추기경 자신의 일생을 관통하는 행복의 비밀을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이들은 위로와 치유를, 리더의 비결을 깨치고 싶은 사람들은 그 비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개 언어를 구사하는 김추기경에게 주변 사람들은 자주 “추기경은 몇 개 국어를 잘 하십니까?”라고 물어 올 때 재치있게 대답하기를 “사실, 나는 두 가지 말을 잘하는데 그게 뭐냐 하면, 하나는 거짓말이고 다른 하나는 참말이야.”(p.223) 라고 했다고 한다. ‘거짓말’이 첫 번째고 ‘참말’이 두 번째 라는 사실에 웃음이 터지면서도 왠지 치유를 받는 듯하다.

 

김 추기경의 치열한 고뇌에서 건져 올린 깨달음의 지혜를 담은 이 책이 지금 고통과 시련과 좌절을 겪으며 길을 헤매는 분들에게 따뜻한 등불이 되어줄 것이기에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모두에게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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