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 우리 시대 명사 50인이 지난날에 보내는 솔직한 연서
김정운.엄홍길.안성기.박경철.공병호.조영남.김창완.정민.승효상.김형경.이지성.김홍신.조수미 / 위즈덤경향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세월이 아무리 오래 지났다고 해도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부끄러운 후회 한 점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자나, 가난한자나, 권력과 명예를 가진 자라도 자신이 지나온 인생의 발자취에서 차마 남들에게 말하지 못한 아픈 사연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 한 가지를 꼽으라면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할까?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를 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선뜻 답하기도 어렵고 묻기는 더 어려운 질문이다. 어쩌면 치부가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들으면 누구든지 알 수 있는 이 시대 명사 50명이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한 가지를 모은 고백서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후회’라는 단어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을 것만 같다.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회가 그들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실패했기에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돌아볼 줄 알기에 후회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지난날을 한번 돌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후회는 충분히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보다 앞서 인생을 살아온 선배들이 털어놓은 가장 후회되는 일을 읽으며 나의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살게 하기에 이 책은 가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아버지, 이혼, 이별, 죽음, 친구, 꿈, 미래, 재능 등 수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감동적이고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는 ‘부모’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의대생 시절, 뒷골이 자주 당기고 어지럽다는 아버지의 말을 과로 탓으로 넘겼다가 며칠만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혈압 한 번 재드리고 만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연극배우 전무송씨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젊은 시절, 아픈 친구가 먹고 싶어한 보신탕 한 그릇을 돈이 없어 못 사주고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일을 오랜 세월 가슴에 안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가수 조영남은 “가정 문제를 엉망으로 만든 것, 이것이야말로 내 삶에서 거의 유일하게 후회하는 일이다.”고 하면서 “내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지만 지금 곁에 있는 그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p.49)고 말한다.

 

박목월 시인의 장남인 문학평론가 박동규씨는 배추 한 포기 사려고 추운 길을 며칠씩 걸어 다녀야 했던 가난한 살림에 다섯 형제를 먹여야 했던 어머니의 심정에 ‘거지같이’라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은 것이 부끄러워 시래기국을 먹을 수 없었다”(p.71)고 하면서 어머니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을 어린날 자신의 실언을 지금도 상처로 안고 있다고 고백했다.

 

소설가 김홍신씨는 병상에서 죽어가는 아내를 놔두고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일을 후회하면서 “내가 살아 있는 한 그대는 사사다.”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날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한없이 울었다. 나에게도 평생 가슴을 치는 후회로 남아 있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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