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 - 그들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백승종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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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오면서 올해처럼 나이를 실감한 적은 없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에 걸리기도 하고 날이 흐린 날은 무릎도 조금씩 시큰거린다. 벌써 건망증도 생겼다. 한번은 동료들과 설악산에 여행을 갔다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가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신발이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식당 종업원들까지 합세해서 찾았지만 없었다. 동료들에게 ‘누가 내 신발을 바꿔 신고 갔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아무도 신고 간 사람이 없엇다. 한컬레 남은 신발을 보니 바로 내가 신고 온 신발이었다. 평소에 신던 신발을 집에 벗어두고 간편한 신발을 신고 와서 그런 법석을 떨고 말았다.

 

이제는 어디서나 선배 눈치는 기본이고 후배 눈치까지 슬슬 봐야 하는 어정쩡한 위치이다. 아무리 아껴 쓰고 절약해도 갖가지 생활비에 허리가 휘청거리며 노후대책이 걱정된다. 남들은 가을 단풍을 보고 즐겁다고들 호들갑을 떠는데 나는 굴러다니는 낙엽을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나이 마흔을 지났다.

 

이 책은 1990년부터 국내외 여러 대학교 및 연구기관에서 한국사를 가르쳐 온 역사가 백승종이 독일에서 오랫동안 한국사를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통찰있는 지혜로 우리 삶에 교훈이 되는 인물과 마흔 이후의 삶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인물 15인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책이 일반 역사책과 다른점은 저자가 독일에서 오랫동안 한국사를 공부했기 때문에 한국인의 시선이 아닌 이방인의 시선으로 한국사를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제공하고 있는 점이다.

 

유연하고 균형 잡힌 사고와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너그럽게, 때로는 과감한 결단으로 영역을 확장한 광개토대왕, 원대한 꿈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던 연개소문, 불리한 입지에서도 기회를 보며 인내의 시간을 가졌던 김춘추, 현실적이고 포용력 있는 정치로 앞길을 닦은 광해군 등 역사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을 통해 역사의 흐름을 짚어주고, 동시에 인생 전체를 조망하는 안목을 제안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모두 역사의 방향을 결정짓는 선택의 고비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특징이라고 하면 거칠고 험한 파도에도 굴하지 않은 용기와 신념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다. 열악한 조건하에서도 어렵고 귀한 성과를 얻었다는 점이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뒤로도 갈 수 없고, 앞뒤 재지 않고 앞으로만 갈 수도 없는 시기다. 선택에 따른 실패를 만회할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니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조건과,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고려한 한 번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인생의 출발점에 다시 서야 하는 이들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링컨 대통령은 “나이 40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사람이 기품을 잃으면 어떨까. 한 개인의 인생사가 얼굴에 풍겨나오는 만큼 스스로의 삶을 책임있게 가꾸라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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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5 18: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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