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소설가 -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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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노벨문학상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노벨상은 노벨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의 6개의 분야로 나눈다. 우리나라에선 故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에 남북정상회담을 극적으로 이루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그 이후로 노벨상과 인연이 없었다.

 

올해도 우리나라는 고은 시인이 후보자로 올랐으나 수상자는 중국작가 모옌에게 돌아갔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우리 자신에게 물어볼 것은 우리나라 작가의 문학작품을 얼마나 읽는지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우리나라 작가와 문학작품을 사랑하면 자연스럽게 노벨상은 우리에게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완연한 가을이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책 읽기 좋은 계절 가을을 맞아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을 부제로 걸고 나온 <소설과 소설가>를 읽었다.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의 소설론이니만큼 기대도 되고 분량도 부담이 없다.

 

오르한 파묵은 2008년 가을에 하버드 대학의 ‘찰스 엘리엇 노턴’ 강연에 초청을 받았다. 그곳은 호르헤 보르헤스, 이탈로 칼비노, 움베르토 에코 등이 강단에 섰던 유서 깊은 강연이다. 파묵은 여섯 번의 노턴 강연을 통해 35년 동안 소설에 매진해 온 자신의 문학 여정을 자세하게 털어놓는다.

 

오르한 파묵은 일곱 살부터 스물두 살까지 화가를 꿈꾸며 그림에 몰두했다. 그러다 스물세 살에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사실주의와 모더니즘을 오가며 좌충우돌하는 시기를 거쳐 마침내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서기까지, 소설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인생을 개척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저자는 “나의 소설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어떤 정거장에 들렀는지, 소설 형식과 예술이 내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는지, 내가 어떤 예술적 한계에 부딪쳤는지, 또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매달렸는지, 이론적 측면이 아니라 개인적인 모험으로써 설명하고 싶었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소설 예술에 관해 숙고할 계기를 제공하는 일종의 논문이 되기를 바랐다. 이 책은 내가 소설에 대해 아는 것들과 배운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총체이다. 나에게 소설에서 가장 중요해 보이는 것들을 간략하게 정리했다.”(p.176)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을 ‘소설과 소설가’로 붙인 것은, 이 책에 파묵이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을 공부하고 마침내 세계적인 소설가로 성장하기까지의 여정이 잘 드러나 있을 뿐 아니라,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포크너, 조이스, 보르헤스 등 위대한 소설가들의 소설을 통해 소설의 안과 밖을 해부하고 소설 이론을 풀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터키의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을 내가 읽은 것은 이 가을에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오르한 파묵의 다양한 이력과 에피소드, 글쓰기의 노하우가 무엇인지를 조근 조근 이야기 하듯이 들려주고 있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이번 기회에 그의 <순수 박물관> 도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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